[사설] 해외 교민 귀국 막는 처량한 ‘김일성민족’
입력 2011-10-31 17:33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처참한 최후를 맞음에 따라 위기를 느낀 북한 정권이 외부 소식 차단과 내부 선전·선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외부세계로부터 주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우물 안 개구리식 자화자찬을 반복해 집단최면을 유도하는 북한의 정권유지 술책이야 새로울 게 없지만 동갑 나이로나 ‘독재경력’으로나 김정일에 비견되는 카다피까지 무너졌으니 위기의식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을 법하다. 그러나 그런다고 반독재, 민주화라는 거대한 시대의 조류를 피해갈 수 있을까. 도도하게 밀려드는 파도를 널빤지로 막으려는 격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1일 ‘역사에는 수백만의 당원을 가진 당, 무적을 자랑하던 군대가 붕괴된 사실이 적지 않게 기록돼 있다’며 카다피의 몰락 등 ‘중동의 봄’ 사태를 간접 거론한 뒤 ‘사회주의 조국은 김일성민족의 영원한 삶의 요람’이라며 체제 우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며칠 앞서는 ‘김일성민족의 후손이라는 자각과 사명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이색 사상·문화’ 침투 경계령을 내렸다. ‘한민족(韓民族)’이 아닌 ‘김일성민족’을 스스로의 정체성으로 내세우며 사상 무장을 독려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외부 소식을 차단하려는 노력은 우선 리비아 북한 교민들에게 귀국금지령을 내린 데 이어 중국 등 해외에 장기간 나가 있던 주재원과 가족에게도 귀국금지 조치를 한층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외국에 체류하던 국민을 돌아오지 못하게 한 것은 ‘재스민 혁명’이 확산되던 지난 4월부터였지만 카다피 사망을 전후해서는 권고성이 강제성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외부 정보가 유포될까 두려워 귀국하려는 국민을 강제로 돌아오지 못하게 막는 나라가 북한 말고 또 있을까.
북한 주민들을 언제까지 그렇게 비참한 상태로 암흑천지에서 살게 할 수는 없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럼으로써 북한 주민들도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게 우리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