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성-베라 브릴 교수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 대담… “치료시기 놓치면 ‘족부절단’ 이어져”

입력 2011-10-31 17:25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이하 DPNP)’은 당뇨병 환자의 33%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당뇨합병증으로 당뇨병 환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족부절단의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질환에 대한 낮은 인식으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요즘처럼 찬바람이 불고 건조한 날씨가 되면 당뇨병 환자의 발에 상처가 나기 쉬워지기 때문에 DPNP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최근 미국신경과학회가 발표한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 ‘치료 가이드라인’의 제1 저자인 베라 브릴 캐나다 토론토대학 교수가 한국을 찾았다. 이에 국내 DPNP 권위자인 김대성 양산부산대병원 교수(신경과, 뇌신경센터장)와 베라 브릴 교수간의 대담을 통해 ‘새로운 DPNP 치료 가이드라인과 한국에서의 치료 방향’을 짚어봤다.

Q.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DNPN)이 어떤 질환이고 한국과 미국에서의 발생률은?

△김대성 교수(이하 김)= DPNP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을 가진 환자 중에서 신경통을 가진 환자를 의미한다. 증상이 있는 DPNP 환자는 당뇨병환자의 약 3분의 1이나 그 이하이고, 그 중 3분의 1에서 절반 정도가 통증을 수반하는 증상을 갖는다.

△베라 브릴 교수(이하 브릴)=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에서도 당뇨병환자와 DPNP의 유병률이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당뇨병환자 중 통증을 수반하는 DPNP환자가 약 3분의 1정도다. 당뇨병환자들에게 통증이 동반되는 이유는 환자들이 당뇨병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이 질환에 대한 인식을 못해 치료가 안 된다는 점과 신경손상을 한 번 입으면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Q. 새 DPNP 치료 가이드라인이 갖는 의미는?

△브릴= 새로운 DPNP 치료 가이드라인은 미국신경학회가 미국 신경근육전자진단의학협회, 물리재활의학학회 등과 공동 개발한 것이다. 이번 방한 목적도 새 가이드라인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한국 의료진들에게 전달하고 DPNP를 어떻게 치료할지 길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동안 DPNP 치료법에 대한 많은 논문과 연구가 있었지만 어떤 것이 정확한지 의료진과 환자 모두 판단이 어려웠다. 이러한 이유로 확실한 증거와 근거에 기반해 객관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취지로 모든 문헌이 검토됐고 이에 따라 근거중심의 치료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다.

Q.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의 내용과 DPNP의 치료 방법은?

△브릴= DPNP의 치료는 통증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새 가이드라인에는 그동안의 약물치료에 사용된 의약품의 임상시험 검증 내용이 포함됐다. 임상시험은 클래스(Class) 1,2,3으로 구분되는데 이중 프레가발린이 Class-1 임상시험을 2개 갖는 유일한 약제로 레벨 A등급을 받았다. 레벨 A등급은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한 클래스-1 임상시험을 보유한 것으로 프레가발린은 임상적으로 특별한 소견이 없을 때 DPNP 치료에 사용이 권고된다. 이외에 레벨 B등급을 받은 약제들도 또 다른 치료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

△김= 국내의 경우 DPNP에 대한 독자적인 임상시험은 없는 상태다. 중요한 것은 이번 새 가이드라인처럼 DPNP에 대한 근거중심의 치료법과 연구 성과가 나왔을 경우 국내 신경외과의사들도 이를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다. 브릴 교수의 지적처럼 국내에서도 생활패턴의 변화로 당뇨병환자 증가에 따라 DPNP환자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또 브릴 교수가 언급한 레벨 A등급의 프레가발린 외에도 가바펜틴, 둘록세틴 등의 약물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국내 보험 기준도 국제 기준에 맞춰져 있어 약을 사용하는 데 문제는 없다.

Q. 질환 인식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브릴=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의 교육이다. 당뇨병환자들은 언제나 DPNP가 올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통증을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의료진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 항상 DPNP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진료과에 관계없이 당뇨병환자를 책임지는 의료진들은 DPNP에 대한 교육을 받고 환자들에게 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줘야 한다. DPNP는 기본적으로 통증과 이에 따른 2차적인 영향이 매우 크다. 우울증, 불안증, 수면방해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고 업무능력의 현저한 저하를 불러온다. 특히 환자들이 감각저하로 손발에 상처가 나도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 결국 감염이 퍼져 나중에는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오기도 한다. 따라서 당뇨병환자들에게 DPNP질환에 대해 적극 알리고 의료진들을 대상으로 DPNP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송병기 쿠키건강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