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의식 그만! 교회 개척 초심으로 돌아갑니다”
입력 2011-10-31 21:04
韓·日 작은 교회 목회자, 美 ‘아이러브 패스터’ 행사서 위로받다
“우리는 그동안 정말 외로웠습니다. 혼자만 고통을 받는 줄 알았습니다. 심지어 하나님이 저를 버린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젠 혼자가 아닙니다. 저를 위해 기도해줄 동료와 선후배들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작은 교회 목회자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미국에서 진행된 ‘아이러브 패스터(ILP)’ 행사에서 한국과 일본 내 작은 교회 목회자 44명의 고백은 한결같았다. 사랑은 아주 작은 것, 즉 관심과 나눔, 섬김에서 시작된다는 것이었다.
이번 행사는 2002년부터 ILP 미국 LA본부(회장 정권)가 마련해온 것으로 이번에는 20일부터 29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샌디에이고 롱비치, 애리조나주 그랜드캐니언, 유타주 자이언캐니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등을 순례하며 이뤄졌다. 9박10일간 버스로 4500여㎞를 이동하면서 생면부지의 목회자들은 피를 나눈 형제 이상이 돼 갔다.
이들은 새들백교회 수정교회 갈보리교회 남가주사랑의교회 등 대표적인 미국교회와 한인교회를 방문하고 세미나 및 예배에 참석하면서 함께 울기고 하고 웃기도 했다. 서로 간증을 나눌 땐 어떤 가식도 느껴지지 않았다. “온갖 고생을 도맡아 하는 사모도 미국 여행의 기쁨을 함께 누려야 했었는데”라는 말에는 모두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ILP 미국 행사 후원 교회인 다우니동양선교교회, 사우스베이초대교회 등에서 환대를 받은 한·일 목회자들은 이들 교회 규모에 다시 한번 놀랐다. 그동안 고국에서 느꼈던 상대적 박탈감, 피해의식, 절망감을 완전히 떨쳐버리는 시간이었다.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에서였다. 이현수 전 뉴호프채플 목사의 강의에 목회자들은 그동안 비본질적인 것에 마음이 빼앗겨 보다 충실히 설교를 준비하지 못했다는 데 공감하고 더 많은 시간을 설교에 투자하겠다고 결심하기도 했다.
김영길(서울 열린문교회) 정주용(홍천 늘기쁜교회) 목사 등은 “사랑은 교회 크기와 관계없이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나눌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면서 “받은 사랑을 더 어려운 교회들을 위해 나누고 싶다”고 했다. 김재주(전주 본향교회) 김정춘(대전 함께하는교회) 목사 등은 “ILP 행사에 참석한 것 자체가 기적”이라며 “한국에 돌아가면 처음 교회를 개척하던 초심으로 돌아가 주님께서 맡겨주신 양들을 돌보는 데 ‘올인’할 것”이라고 했다.
24일 저녁엔 한·일 목회자들이 국적과 과거 역사를 뛰어넘어 양국이 복음으로 하나가 될 수 있음을 확신했다면서 서로 얼싸안았다. 마루야마 사토시 목사 등 일본 목회자들은 한국에 대한 일본의 과거 역사를 진심으로 사과했다. 이에 한국 목회자들은 두 손을 들어 일본 목회자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24∼27일 그랜드캐니언 모뉴멘트밸리 브라이스캐니언 자이언캐니언 등에서 오랜 세월과 비바람에 의해 생겨난 웅대한 경관을 볼 때는 목회자들이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여기저기서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라는 찬양이 흘러나왔다. 험준한 바위산에도 나무와 풀이 자라나는 것을 본 목회자들은 어떤 어려움 속에도 포기하지 않을 때 하나님께서 주시는 말할 수 없는 희열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LA=글·사진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