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쇄신 논쟁, 親李 주도권 다툼 양상

입력 2011-10-31 18:21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한나라당에 쇄신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공허한 말의 성찬’이라는 혹평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쇄신 대결 구도는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관망하고 있는 가운데 친이명박계 내부에서 신주류와 구주류가 기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홍준표 대표를 중심으로 한 신주류 또는 당권파는 당 지도부와 청와대 참모진 등 현 지도체제를 유지한 채 ‘2040’(20∼40대) 대책과 정책 변화를 통한 쇄신을 해법으로 내놓았다. 홍 대표는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개혁과 쇄신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천막당사 시절과 같은 파격적인 당 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구주류로 상징되는 이재오 전 특임장관은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이 대통령 사저 논란과 측근 비리 의혹 등의 책임을 물어 임태희 대통령실장 경질을 요구한 데 이어 지금은 “지력이 다한 땅은 객토해야 한다”고 당·청 인적쇄신을 주장하고 있다. 지도부 총사퇴 및 비대위 구성을 제안한 원희룡 최고위원도 이날 “대통령을 모시는 ‘예스맨’의 행태가 부각되는 모습에 국민이 절망하고 민심은 이반하고 있다”며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주장했다. 정몽준 전 대표도 “‘공천혁명’을 하려면 강력한 지도부가 있어야 한다. 박 전 대표가 힘이 많이 있으니까 힘 있는 분들이 전부 나와 참여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당내 일부 수도권 소장개혁파들도 대통령과 청와대의 혁신적 변화를 주문하며 각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양측이 벌이는 쇄신 기싸움을 현 정권 들어 선거 패배 후 어김없이 되풀이됐던 일로 치부하며 임기말 친이계 내부의 마지막 헤게모니 싸움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여권 관계자는 “기득권을 버려야만 쇄신의 동력이 생기는데 지금은 한쪽은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고 버티고 다른 쪽도 마지막 공천권 인사권을 쥐어보겠다고 청와대와 당 지도부를 흔드는 모습으로만 비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도부는 책임은 회피하는 모습으로, 인적쇄신 등을 요구하는 측은 자신만 살아남겠다고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으로 비친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선거 패배 후 “젊은이들에게 귀 기울이겠다”고 밝힌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쇠고기 촛불집회 당시 이른바 ‘명박산성’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낸 어청수 전 경찰청장을 경호처장으로 발탁한 점 등도 여권 쇄신에 대한 기대감을 상쇄시킨다는 비판이 있다. 당정이 좋은 정책이나 쇄신안을 내놓아도 인사 논란 등이 불거져 이를 국민들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메신저 불통’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명지대 신율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분노한 민심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지율 50%(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가 5%(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양보했을 때 국민들에게 준 감동 이상의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