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민심 듣겠다는 靑… 정책 ‘재검토’ 아닌 ‘재점검’
입력 2011-10-31 22:18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직후 “젊은 세대의 뜻을 깊이 새기겠다”고 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31일 후속조치에 대한 지시를 내렸다. 종합적으로 팀을 짜서 각계각층, 현장마다 찾아다니며 얘기를 들어보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거운동 브랜드였던 ‘경청투어’를 연상케 하는 방식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 정부, 외부인사가 여러 명씩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 형식의 팀을 분야별로 꾸리고 그 팀들이 현장을 돌아다니게 된다”며 “‘○○○와의 대화’ ‘△△△와의 토론회’ 같은 자리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1차 목표는 ‘듣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가 폈던 정책이 정작 수요자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우리만 떠드는 얘기였던 건 아닌지, 정말 민심이 원하는 게 뭔지 들어볼 것”이라고 했다. 또 “특정 집단을 대표하는 이들을 집중 인터뷰하는 FGI(표적집단면접) 형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경청투어’는 적어도 1개월 이상 계속될 전망이다. 12월 중순 시작될 각 부처의 내년 업무보고부터 그 결과를 반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주로 청취할 내용은 등록금, 일자리, 비정규직, 보육, 사교육비, 전·월세 문제 등 2040세대의 고민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는 의견 수렴을 통해 정책 방향과 우선 순위를 다시 살펴보겠다면서 ‘재검토’ 대신 ‘재점검’이란 표현을 썼다. 현 정부 경제정책의 줄기는 건드리지 않은 채 기존 정책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변화를 주겠다는 뜻이다. 이는 이 대통령이 여전히 기존 정책에 신뢰를 보내고 있음을 뜻한다. 보완 수준의 정책 쇄신이 얼마나 민심 수습 효과를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대한 열린 자세로 의견을 들을 것”이라면서도 “MB노믹스의 큰 틀까지 바꾸는 건 아니다. 기존 정책의 체감도가 높아지게 수요자 위주, 현장 위주로 보완하자는 차원”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직접 경청투어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선 “그동안 여러 번 간담회 자리가 있었다”며 “아직은 그런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임태희 대통령실장 교체를 비롯한 인적 개편은 의견 수렴이 어느 정도 마무리돼 정책 수정 방향의 가닥이 잡힌 시점에 이뤄질 전망이다. 시점은 내년 업무보고 시작 전인 12월 초가 유력하다.
임 실장과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의 교체 여부와 후임 인선에 따라 정책 변화의 폭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에 출마할 사람들도 그 무렵 교체해 임기 말까지 함께할 ‘순장조’ 청와대가 다시 꾸려질 가능성이 크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