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통영이 이념문제로 어수선하다… ‘윤이상, 北억류 신숙자씨 모녀에 월북 권유’ 주장

입력 2011-10-31 18:44

인구 14만여명의 예향(藝鄕) 항구도시 경남 통영시가 이념 문제로 어수선하다.

이 지역에서 태어나 1970년대 파독(派獨) 간호사로 일하던 신숙자씨와 그녀의 두 딸을 통영이 배출한 음악가 고(故) 윤이상(1917∼1995) 선생이 월북하도록 해 신씨 모녀가 30여년간 북한에 억류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부터다.

이 바람에 윤이상 선생에 대한 기념사업을 계속 추진해야 하는지를 놓고 통영 시민들 간 상반된 견해가 표출되고 있다.

2003년부터 매년 열리는 ‘윤이상 국제 음악콩쿠르’가 지난 29일 개막됐다. 하지만 통영시 중앙동 간선도로 일부 구간에는 31일 오후 ‘통영의 딸 신숙자 모녀 구출 촉구’라는 플래카드와 함께 ‘통영의 딸이 울고 있는데 윤이상 기념사업이 웬 말이냐’는 유인물이 간간이 바람에 나뒹굴고 있었다.

일부 시민은 윤이상 국제 음악콩쿠르 행사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시민은 “윤이상 선생이 언론 보도처럼 오길남씨와 신씨 모녀 등의 일가족의 월북에 간여한 게 사실이라면 콩쿠르를 계속 개최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시민은 “윤이상 선생은 이미 고인이 됐다. 살아 있는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주장들을 내놓고 있지만 진위를 확인할 길이 없어 답답하다”면서 “정부 당국에서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실체 규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씨 모녀 사연은 지난 5월 현대교회 방수열 목사가 통영에서 연 ‘북한 정치범수용소 전시회’를 통해 알려졌다. 이어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가 7월 26일 경남 창원에서 가진 강연에서 “윤이상 선생이 독일에서 활동하던 중 1985년 현지 유학생 오길남씨와 그의 아내 신씨, 두 딸을 월북시켰다”고 주장하면서 본격화됐다.

1986년 탈북에 성공한 오길남(71)씨는 “북한에서 탈출한 뒤 독일에 있던 윤이상 부부를 찾아가 가족을 구해 달라고 간청했지만 윤이상은 오히려 평양으로 돌아갈 것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신씨 출신학교인 마산대학과 통영지역에서는 신씨 모녀 구출서명운동이 펼쳐졌고, 정부에서도 관심을 표명하고 나섰다. 독일 베를린 한인회에서도 신씨 모녀 귀환을 위한 교민서명운동을 벌여 1000명 가까운 서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씨는 16년 전에 고인이 된 상태다. 따라서 오씨와 방 목사, 김 대표 등의 주장을 확인할 길은 없다.

통영=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