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남성 괴롭히는 ‘전립선비대증’… “나이들면 다 그래” 방치땐 우울증까지

입력 2011-10-31 17:20


가을과 겨울 찬바람이 불면 상당수 40대 이상 남성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한다. 기온이 떨어져 땀 배출이 줄고 소변이 자주 마려워지면서 전립선과 방광 수축에 따른 ‘전립선비대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성 질환의 하나인 전립선비대증은 성인 남성의 약 4분의 1이 경험하고 40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는 대표적인 남성 질환이다. 노화 과정과 관계된 여러 체내인자와 남성 호르몬이 중요한 원인으로 여겨지며 연령이 증가하면서 점차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일반적인 유병률이 40대 40%, 50대 50%, 60대 60%로 최근 들어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에 따르면 전립선비대증 진료환자는 2002년 21만7077명에서 2009년 69만6890명으로 3.2배 늘었다. 이중 60대가 23만6531명(34.0%)으로 가장 많았고 70대 18만887명(26.0%), 50대 16만1284명(23.1%) 순이었다.

◇50대 남성 95% 자신의 전립선 상태 몰라= 문제는 40대 이상 성인남성의 전립선비대증이 크게 증가함에도 질환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정문기 부산의대 교수(대한비뇨기과학회 회장)는 “우리나라 남성들의 전립선에 대한 인식과 관심은 지나칠 정도로 낮다”며 “잠깐의 무관심이 장년, 노년기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전립선비대증을 자연스러운 노화증상으로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비뇨기과학회가 전립선비대증 인식 개선을 위해 실시중인 ‘블루애플 캠페인’의 질환 인식도 조사 결과 50대 이상 남성 500명 중 정상 전립선 크기를 모르는 비율이 92.8%, 자신의 전립선 크기에 대해 모른다는 응답도 95%에 달해 50대 이상 남성 10명 중 9명 이상이 정상 전립선 크기와 자신의 전립선 상태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전립선비대증은 또 정서적인 만족도와 성생활 만족도 저하, 일상생활의 불편함 등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이에 따른 우울증을 동반한다는 점도 큰 문제다. 비뇨기과학회가 5대 도시 40대 남성을 대상으로 전립선비대증 유병률과 삶의 질 관계를 조사한 결과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해 우울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정상인보다 3.8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규성 삼성서울병원 교수(대한비뇨기과학회 홍보이사)는 “40대의 경우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우울증 동반 비율과 업무활동 지장 비율이 일반인보다 높았다”며 “남성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조기발견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50대 이후 자신의 전립선 크기 꼭 기억해야= 남성의 전립선은 20대 전후에 정상 크기인 20g까지 성장하고 이후부터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전립선비대증은 예방이 불가능한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전립선이 커지게 되면 배뇨지연, 불완전배뇨 등의 폐색성 증상과 빈뇨(頻尿), 야뇨(夜尿), 배뇨통 등의 자극성 증상 등이 나타난다. 특히 전립선비대증은 지속적인 폐색에 의해 만성 요폐(尿閉)가 유발되고 심하면 방광이 과팽창 돼 방광기능의 회복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또 전립선비대증을 방치할 경우 요독증(尿毒症)은 물론 심한 경우 신부전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에 발견해 약물치료와 수술치료 등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전립선비대증은 ▲50세 이상의 남자로 국제전립선증상점수(IPSS)가 7점 이하(하부요로증상) ▲전립선 크기가 20g 이상 ▲소변줄기의 요속이 15m/sec 이하 ▲야간뇨 1회 이상 등에서 3가지를 모두 만족하는 경우에 진단된다. 진단을 위한 필수검사로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와 소변검사 등이 있으며 권장검사로는 요속측정과 잔뇨측정, 전립선초음파 검사 등이 있다.

하지만 전립선비대증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 진단과 치료다. 이규성 교수는 “50대부터 비뇨기과 검진을 통해 전립선 크기와 상태를 정확하게 검진하고 관리해야 증상 악화로 인한 요로폐쇄 증상과 같은 배뇨장애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서 “50대부터는 자신의 전립선 크기와 상태에 대해 반드시 정기적인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립선비대증의 치료는 크게 약물요법과 수술요법으로 구분된다. 초기에는 알파차단제, 5-알파환원효소억제제 등의 약물치료가 대부분이며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나 악화됐다면 경요도전립선절제술, 경요도전립선절개술(TUIP), 개복하 전립선적출술 등의 수술치료가 시행된다. 특히 최근에는 레이저를 이용한 비침습적 수술법이 주목을 받고 있으며 대표적인 방법으로 홀렙수술이 있다.

송병기 쿠기건강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