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불청객 ‘독감’… 예방접종 시기 놓치지 말아야
입력 2011-10-31 17:18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본격적인 겨울철이 시작됐다. 이맘때는 쌀쌀한 날씨 탓에 실내에서의 생활이 늘면서 운동량이 줄어들어 보다 세심한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추운 날씨에 유행하는 독감은 한 번 감염되면 길게는 열흘까지 증상이 지속되고 특히 만성폐질환자, 심장질환자, 면역저하자, 임산부 등에게는 심각한 합병증까지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예방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독감, 감기와 달라=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라는 특정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호흡기 감염 질환이다. 독감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분비되는 호흡기 비말(飛沫)을 통해서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며 유행 양상이나 증상, 치료, 예방법 등이 일반 감기와 다르다. 보통의 감기와 달리 고열, 근육통, 두통 등의 전신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독감의 전신 증상은 일반적인 감기 증상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독감의 잠복기는 1∼4일 정도이며 대체로 증상발현 1일 전부터 발병 후 약 5일 정도까지 전염력이 있다. 독감 발병 3∼5일 사이에 가래를 동반하지 않는 건성 기침과 콧물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눈이 빨개지거나 가려울 수 있다. 기침은 가슴 가운데가 몹시 화끈거리는 증상을 동반하며 증상이 호전된 후에도 수 주일간 지속되기도 한다. 폐렴과 같은 독감에 의한 합병증은 흔히 노인과 만성 질환자, 영유아에게서 많이 나타나며 일단 발생하면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소아 전염가능 기간 성인의 2배= 소아 독감은 전염력이 문제다. 전염력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얼마나 잘 옮기는가를 뜻한다. 독감바이러스는 기침이나 재채기만으로도 쉽게 전파된다. 보통 성인은 독감 증상을 알아차리기 24시간 전부터 약 5일간 전염력을 갖는다. 이에 비해 소아에게는 본격적인 독감 증상이 나타나기 며칠 전부터 약 10일 이상 전염력이 유지된다. 성인보다 전염력을 갖는 기간이 약 2배 정도 긴 셈이다. 따라서 가족 중 누구보다 소아의 적기 접종에 신경을 써야 한다. 소아가 독감에 안 걸리면 가정에서의 2차 환자 발생을 크게 예방할 수 있다.
◇독감예방, 손씻기·기침에티켓 중요= 독감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 퍼져 호흡기로 감염되거나 손을 통해 전염되는 만큼 손 씻기와 기침 에티켓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과음, 과로, 흡연을 피하고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있는 영양섭취,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샤워나 목욕 후 체온 유지에도 신경 써야 한다. 고령의 노인이나 소아의 경우 체온조절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목욕 10분 전에 미리 온도를 높여주고 목욕 후 물기를 빨리 닦아내야 한다. 창문을 자주 열어 환기를 시켜주는 것도 좋다.
그러나 독감으로부터 내 몸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독감 예방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다. 늦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유행하는 독감은 보통 두 차례 절정기가 있다. 해마다 11월 말부터 환자 수가 가파르게 늘기 시작해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절정이었다가 잠시 주춤한 이후 봄철에 다시 한 번 크게 유행한다. 이 같은 독감 유행 형태는 올해도 비슷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윤경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소아청소년과)는 “독감은 통상 우리나라에서 11∼12월에 1차 유행이, 이듬해 2∼4월에 2차 유행이 나타난다”며 “노인, 만성질환자, 소아, 임산부 등 우선접종 권장 대상자는 10월에서 12월 사이에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특히 예방접종 후 항체가 형성돼 충분한 면역력을 획득하는 데 약 2∼4주 정도의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가장 효과를 볼 시점에 백신을 맞아 독감 절정기를 잘 버텨낼 수 있도록 접종 계획을 세워야 한다. 접종이 너무 늦으면 항체가 미처 생기기도 전에 1차 유행 절정기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지난 10월 독감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이 예방접종의 효과를 가장 효율적으로 볼 수 있는 시기다.
일반적으로 독감 예방접종은 매년 1회 받는 것이 권장된다. 하지만 6개월 이상 만 9세 미만 소아의 경우 2년 전 인플루엔자A(H1N1, 신종인플루엔자) 접종 또는 지난해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을 하지 않았다면 올해 독감 백신을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 받아야 한다.
◇코에 뿌리는 독감백신 등장= 독감 주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바이러스의 특성으로 인해 매년 맞아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불안과 통증을 동반하는 주사 맞기는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무척 달갑지 않은 일. 최근에는 주사바늘 대신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 형태의 백신이 나와 주사 맞기를 두려워하는 어린이는 물론 성인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코에 뿌리는 독감백신은 비강(鼻腔) 내 점막에 백신을 직접 접종해 자연 상태에서 독감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는 경로를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기존 주사제형 백신보다 더 효과적인 면역을 획득할 수 있고 주사 부위에 생길 수 있는 통증, 발적, 종창 등 여러 가지 국소 이상반응도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영수 쿠키건강 기자jun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