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레이더 THIS-잇몸약 허와 실] “이가탄이 좋아요? 인사돌이 좋아요?”
입력 2011-10-31 17:10
서울 성북구에서 10년째 약국을 운영해 온 약사 신형근씨는 간혹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잇몸질환 환자가 특정 업체의 잇몸치료제를 찾으면서부터 복약지도를 꺼리는 경우가 더 잦아졌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적인 잇몸약이라 할 수 있는 동국제약의 인사돌과 명인제약의 이가탄. 이들 약의 주요 성분인 옥수수불검화 정량 추출물, 염화리소즘 등은 임상시험을 통해 잇몸질환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들 잇몸약이 질환의 원인을 치료할 순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복용을 멈추는 순간 사라진 증상도 재발한다. 강희철 연세대 건강센터 소장은 “토마토를 먹는다고 암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는 말로 잇몸약의 제한적 효능을 지적했다. 류재준 고려대 임상치의학대학원 교수 역시 “잇몸약은 마스크를 쓴 것처럼 증상을 가려 버린다”며 적절한 치과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잇몸약 광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임상시험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실제 이가탄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김창성 연세대 치과대학 교수는 “약을 통해 치주염이 나아질 수 있다는 해석은 아니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잇몸약을 선택할 때 마치 과자를 고르듯 한다. 이는 광고의 영향이 크다. CF 속 연예인의 능청스런 표정과 말, 귀를 즐겁게 하는 리듬이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소구 효과를 발휘한다. 찰나에 불과한 ‘의사·약사와 상의하라’는 자막 노출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경구일 뿐이다. 이은선 홍익대 광고홍보학부 교수는 “쉽게 스쳐 가는 역자막으로 인해 오히려 의사와 상의할 필요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제품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성일 쿠키건강TV 기자 ivemic@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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