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독립영화사 ‘시그로’ 야마가미 데츠지로 대표 “배리어프리 영화 비장애인에게도 새로운 관점 제시”

입력 2011-10-30 19:23


“배리어프리 영화는 시청각장애인들의 관람권을 보장하기 위한 영화지만 비장애인들에게는 영화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기도 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비즈니스적으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독립영화사 시그로의 야마가미 데츠지로(57·사진) 대표는 30일 배리어프리 영화의 의미와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배리어프리(Barrier-free) 영화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자막을 넣은 영화를 말한다. 상업영화 감독과 배우, 성우 등 영화 전문가들이 제작에 참여하기 때문에 기존 장애인용 영화에 비해 완성도가 높고, 그런 만큼 영화의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야마가미 대표는 일본에서 배리어프리 영화 확산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로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 상영관 KOFA에서 열리고 있는 배리어프리 영화 심포지엄에 참석차 방한했다. 그는 “한국도 젊은 관객들을 겨냥한 영화들이 주로 나오고 있지만 장르나 주제에 따라서는 음성해설이나 자막을 넣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며 “배리어프리 영화는 그런 영화이고, 그런 점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도 배리어프리 영화는 초기 단계라고 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관련 영화제를 열었고, 다음 달 25∼27일 제2회 사가배리어프리영화제를 열 예정이다. 야마가미 대표는 1986년 영화사 시그로를 설립한 후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등 많은 작품을 만들었지만 배리어프리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불과 5년 전이라고 했다.

“장애인 문제를 다룬 다큐도 많이 제작했지만 영화를 보는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생각하지 않았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장애인들이 영화를 보는 데 불편해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는 “자원봉사단체 등이 만든 장애인용 영화들이 있지만 영화인들이 만든다면 더 재미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직접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20편가량의 배리어프리 영화를 만들었다.

야마가미 대표는 배리어프리 영화는 장애인만을 위한 영화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나이가 들면 눈이 침침해지고 귀가 어두워져요. 배리어프리 영화는 노인들이 보기에도 좋지요. 음성해설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요.” 그는 “아직 초기라 낯설 수 있지만 계속 보완해 간다면 시청각장애인이나 비장애인들이 함께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영화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배리어프리 영화 설립 추진위원회 측은 지난 28일부터 KOFA에서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만든 일본 영화 ‘술이 깨면 집에 가자’와 한국 영화 ‘블라인드’(김하늘 유승호 주연)를 상영했다. 31일에는 한·일 영화인들이 참가해 양국의 배리어프리 영화 현황을 점검하고 발전을 모색하는 심포지엄을 같은 장소에서 연다.

글=라동철 선임기자,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