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철수 美軍 쿠웨이트 재배치”… 뉴욕타임스 “걸프지역서 영향력 유지위해 결정”
입력 2011-10-30 18:56
‘이라크 출구전략’을 선언한 미국이 걸프 지역에서의 영향력 유지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철수한 미군을 쿠웨이트에 재배치하는 한편 걸프협력협의회(GCC) 6개국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고심이 반영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 보도했다.
미국은 향후 10년 동안 최소 4500억 달러의 국방예산을 줄여야 하지만 걸프 지역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 당장 이란의 존재가 눈엣가시다. 이란의 핵개발은 탈레반 등의 무장테러단체와 함께 미국의 국익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주둔군 재배치를 통해 예산과 안보의 균형을 찾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동시에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라크 철군 이후에도 미국이 걸프 지역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공화당 측에 보내는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미국이 쿠웨이트에 어느 정도의 지상군을 주둔시킬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1991년 걸프전에서부터 2003년 이라크전쟁 개전 당시 주둔 규모로 볼 때 대대급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이라크’ 시대의 군대 운용은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지역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두 방향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의 일방주의와는 상반되는 전략개념이다. 지상군 투입을 최소화하는 대신 무인기 같은 첨단무기 활용을 늘리고 이라크군의 전쟁수행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골자다. 미국이 예멘과 인도양의 세이셸 섬, 에티오피아에 잇따라 세운 무인기 기지는 우선 알카에다와 소말리아 반군을 겨냥하고 있지만 유사시 걸프 지역에도 활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내년에는 요르단에서 미군과 이라크군이 합동훈련을 할 예정이다.
국방예산이 감소되면 미군이 운용하는 정보자산과 인력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이 때문에 미국은 지역 블록과의 군사동맹을 강화하면서 힘의 공백을 메우려 하고 있다. GCC와 힘을 합치려는 이유다. GCC는 최근 역내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이끄는 리비아 공습 당시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지중해에 전투함을 출동시켰고 바레인은 아프가니스탄에 지상군을 파견시킨 바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