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위기 봉합책,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입력 2011-10-30 18:52

유럽연합(EU) 정상들의 재정위기 쟁점 합의에 따른 시장의 도취감이 하루 만에 경계심으로 바뀌었다. 합의안의 구체성 부족과 이탈리아의 개혁 실행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심이 되살아나는 모양새다.

로이터와 AP통신은 이탈리아가 28일(현지시간) 10년 만기 국채 79억 유로어치를 새로 발행하면서 6.06%의 금리를 적용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한 달 전 발행 때의 5.86%보다 상승한 것은 물론 유로 출범 후 이탈리아 10년 만기채에 적용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통시장에서 10년 만기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도 이날 5.95%로 치솟아 투자자의 불신을 거듭 확인했다. 가격과 반대로 가는 수익률 상승은 투자자가 그만큼 부도 위험을 높게 본다는 의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EU 정상회담 합의가 발표된 지 하루 만에 이탈리아 차입 부담이 이처럼 기록적인 수준으로 상승한 것은 이 조치가 금융시장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ING의 채권 전략가 지안산티는 뉴욕타임스에 “투자자들이 신규 국채 물량을 다 소화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높은 금리는 이탈리아 정부가 약속한 경제개혁 조치들을 실행할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채무가 모두 1조9000억 유로가 넘는 그리스는 내년에 3000억 유로의 채무를 상환 또는 차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유로권은 이탈리아까지 주저앉으면 ‘모든 것이 끝장’이라는 우려 속에 이 나라가 조속히 근본적인 개혁안을 마련해 실행하도록 압박해 왔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