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 회복… 한시름 놓는 금융시장
입력 2011-10-30 18:54
지난 8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 이후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할 만큼 출렁이던 한국 금융시장이 안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코스피지수, 원·달러 환율,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등 금융 지표들은 8월 이전 수준에 근접할 만큼 회복됐다. 한동안 이어지던 유럽계 자금 이탈세도 잦아들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완전 회복’을 논할 단계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충격의 원인인 선진국 재정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고, 국내 실물경제도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흔들리던 지표 대부분 제자리=28일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7.44포인트(0.39%) 오른 1929.48에 마감했다. 지난달 26일 장중 1644.11까지 빠졌던 것에 비하면 300포인트 가까이 오른 것이다.
유럽계 자금 이탈 현상도 사실상 멈췄다. 이달 들어 27일까지 국내에서 빠져나간 유럽계 자금은 3892억원(주식 1759억원, 채권 2133억원)에 불과하다. 8월과 지난달 이탈한 유럽 자금 5조7905억원, 1조3165억원과 비교하면 미미한 규모다. 주식시장에서 8월에만 1조원 넘게 자금을 빼냈던 프랑스계는 이달 들어 순매수로 전환했다.
한때 정부가 달러를 풀어 제어할 만큼 불안했던 외환시장도 진정됐다. 지난달 중순부터 큰 폭으로 오르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일 장중 1200원선을 뚫었다. 하지만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 등 소식으로 다시 떨어져 28일 1104.90원까지 내려앉았다.
한국 정부 발행 외화 채권에 대한 5년 만기 CDS 프리미엄은 28일 127bp(1bp=0.01%)로 마감됐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치솟아 지난 4일 229bp까지 갔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안정된 수치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 등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금융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졌다는 것은 국가 신용도가 나빠져 채권 발행 비용이 커졌다는 뜻이다.
◇변동성은 줄겠지만 글쎄···=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극심한 변동성이 다시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지금의 안정세가 본격 회복을 예고하느냐는 데에는 고개를 갸웃한다.
위기의 발단인 미국 더블딥(이중침체) 불안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두 달 동안 우리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유럽 재정위기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스 부채 문제 해결까지 유럽 각국의 정책 공조가 무난히 이어지느냐에 따라 세계 및 한국 증시가 출렁일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솔로몬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3분기 국내 기업 실적이 좋지 않은 데다 유럽 영향으로 내년 세계경기가 둔화될 조짐이라 주가지수 등 향후 금융지표가 계속 좋아지리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 김두언 거시경제 연구원도 “유럽 재정위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국내 금융지표에 반영됐다”면서 “중국이 유럽을 적극 돕는 등의 큰 변수 없이는 본격 회복세를 보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