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술판 공포 없어 좋아요”… 한양대 수시 합격생 ‘봉사 오리엔테이션’ 르포
입력 2011-10-30 21:20
한양대 수시 1차 합격생 100여명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술과 선배의 ‘군기잡기’로 얼룩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의 구태를 벗어나자는 취지다.
한양대 2012학년도 수시 1차 합격자 717명 중 130명은 30일까지 1박2일 동안 독거노인, 장애인, 다문화 가정 어린이를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한양 슈즈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봉사활동 명칭에 신발을 의미하는 ‘슈즈’가 들어 간 것은 소외계층의 발이 되어 함께 돕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프로그램은 ‘정장구두 프로그램’ 등 5가지 세부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운동화 프로그램’ 참가자는 태안반도의 창기중학교를 찾았고, ‘샌들 프로그램’ 참가자는 장봉도 장애인 마을을 찾아 봉사활동을 했다. 청량리 쪽방촌 독거노인을 돕는 ‘등산화 프로그램’과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을 돕는 ‘랜드로버 프로그램’도 열렸다.
29일 오전 11시30분 앳된 얼굴의 예비 신입생 17명이 서울 홍익동 시립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를 찾았다. ‘멘토’를 자처한 재학생 17명도 동행했다. ‘정장구두 프로그램’을 선택한 학생은 30분쯤 봉사 요령을 사회복지사로부터 들은 뒤 치매와 중풍을 앓고 있는 노인들의 식사를 돕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봉사활동을 해본다는 신문방송학과 예비 신입생 박예리(18)양은 중풍을 앓는 할아버지에게 쉽사리 말을 건네지 못했다. 그러나 식사가 도착하자 박양은 김치와 닭튀김을 할아버지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숟가락에 얹었고 금세 말동무가 됐다.
옆 탁자에서는 정보사회학과 합격자 송순임(18)양이 숟가락조차 들지 못하는 할머니에게 손수 죽을 떠 드렸다. 송양은 “몸이 많이 불편하신 분에게 식사 봉사하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한 입이라도 떠 드리고 입을 닦아드리면 활짝 웃으시는데 보람이 있었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재학생들도 예비 신입생들과의 봉사활동을 반겼다. 정책학과 2학년 정유진(20)씨는 “봉사도 좋지만 후배들과 시간을 같이 보내며 친해질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국중대 한양대 입학기획팀장은 “필요없는 학교 소개와 새벽까지 이어지는 술자리 등 기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봉사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