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선진 복지시스템] 나눔文化 유도… 美전역에 방대한 모금 시스템 구축

입력 2011-10-30 18:41


국민일보 주관 ‘새내기 사회복지상’ 수상자 견학 동행 취재

‘복지국가 대한민국’의 중추가 될 젊은 사회복지사들이 미국의 선진 사회복지시스템을 직접 경험했다. 국민일보·한국사회복지협의회·삼성전자가 주관하는 ‘새내기 사회복지상’ 지난해 수상자 12명과 사회복지협의회 관계자들은 지난 15∼21일 6박7일 일정으로 뉴욕 아동서비스센터(ACS·Administration for Children’s Service), 워싱턴DC에 있는 자원봉사기관 CNCS(Corporation for National&Community Service)와 모금전문기관인 파운데이션센터(Foundation Center)를 탐방했다. 이들은 수혜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미국의 복지문화와 방대한 정보시스템에 놀라움을 나타내며 한국에서도 ‘수혜자 중심’의 복지시스템이 정착되길 희망했다.

◇복지정책을 넘어 나눔문화로=지난 17일(현지시간) 오후 뉴욕 ACS 13층 회의실. 벽면 한 켠에 붙어 있는 액자가 눈에 띄었다. ‘우리가 만나는 어떤 아동도 학대 속에 홀로 두지 않는다’, ‘모든 아동들이 건강하고 잘 자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와 같은 5가지 핵심목표를 써놓은 것이다. 연간 약 6만5000건의 아동학대 사례를 종합 관리하는 이곳은 600만∼800만 달러의 정부예산 지원으로 아동보호와 함께 가족 기능의 회복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ACS의 업무에서 특징적인 것은 두 가지였다. 사회복지사들에게 준사법권을 부여해 독자적으로 학대아동을 데려올 수 있는 권한을 준다는 점과 아동보호 콘퍼런스를 열 때 지역사회 대표가 참석한다는 점이었다. 매리 필리포 아동보호담당관은 “아동을 학대 현장에서 신속하게 보호하고 사건의 이면을 철저히 분석해 종합적인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의 경우 피해아동을 구제할 때 경찰의 입회가 필요하고 해결 과정에서도 지역 대표들의 참여는 미미하다.

다음 날 찾은 곳은 자원봉사기관 CNCS. 1993년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설립된 이곳은 2009년 민주당 소속 고(故)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발의한 ‘서브 아메리카 법(Serve America Act)’이 발효되면서 전국적 자원봉사조직을 총괄하는 곳으로 발돋움했다. 프로그램은 18세 이상 자원봉사자 약 9만명이 재난구호, 인디언부족 지원, 탈빈곤활동을 하는 아메리코(AmeriCorps)와 55세 이상 자원봉사자 약 50만명이 장애아동 지원과 재능기부 활동을 하는 시니어코(SeniorCorps) 등으로 구성된다. CNCS는 자원봉사자들을 고용하는 비정부기구(NGO)와 비영리단체들을 선정해 올해 정부예산 약 10억80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연간 300시간 이상 풀타임으로 활동하는 아메리코 자원봉사자의 경우 한 사람당 1만3000달러가 지원되며 별도의 교육비 5500달러를 7년간 나눠 쓸 수 있다. 대니얼 버루타 아메리코 팀장은 “그동안 산재돼 있던 자원봉사활동을 통합하고 NGO들의 ‘성과 측정’을 표준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모금전문 네트워크, 나눔문화의 허브로 자리 잡아=복지 수요는 늘어나지만 운영자금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따라서 모금을 통한 재단 운영은 사회복지사들에게 필수과제로 인식된다. 워싱턴DC K스트리트에 위치한 모금전문 네트워크 파운데이션센터를 방문했을 때 연수단은 모금활동에 대한 방대한 자료 앞에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파운데이션센터는 1956년 설립됐다. 현재 미 전역 450개 센터에서 비영리재단과 기업 약 10만개의 기부와 모금 현황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미 국세청에 제출된 자료들을 받은 뒤 홈페이지(foundationcenter.org)를 통해 공유하는 점이 특징적이다. 홈페이지에서는 기부액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빌게이츠 재단을 비롯해 상위 50위의 기부 기업 목록과 이들의 관심분야, 지원한 단체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NGO들에게 모금활동 전략, 제안서 작성 요령과 재단운영 노하우를 전수한다. 패트리샤 패스컬 워싱턴DC 센터장은 “홈페이지에 각 분야에서 모금 지원자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에 대한 ‘정의’를 설명했기 때문에 이해가 쉬울 것”이라면서 “자료를 숙지하면 기부자들의 관심사를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빈곤지역 여성과 어린이 구호에 대한 기부가 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파운데이션센터처럼 모금과 기업의 기부 현황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이 없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같은 큰 기관에는 접근이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다른 기관의 경우 정보를 몰라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민여진 스마일재단 팀장은 “이는 충분성의 문제”라면서 “파운데이션센터처럼 모금에 필요한 다양한 소스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기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생활밀착형 복지는 사회복지사 역량 관리에서부터=미국 복지의 핵심 축을 이루는 이들 기관에서 공통으로 강조하는 것은 사회복지사들에 대한 반복교육이다. 복지 현장의 중심에 있는 이들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파운데이션센터의 경우 기부와 모금에 대한 개념정립부터 실무 노하우 등에 대한 일주일짜리 훈련코스를 마련해놓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교육 동영상을 무료로 볼 수 있으며 아이튠즈 팟캐스트로도 제작돼 접근성을 높였다.

ACS는 6주간의 이론 수업과 3개월간의 기본 실무 교육을 1단계로 시행한 뒤 가정폭력·아동학대·성추행·의료실무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정기교육을 진행한다. 필리포 아동보호담당관은 “최상의 아동보호 전문가를 길러내기 위한 교육에 끝이란 없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뉴욕=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