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해 떼돈·조직폭력배까지 동원… 막가는 증권사 ‘실전투자대회’
입력 2011-10-30 18:37
“주가 조작해서 돈 벌고 상금도 타고?”
일반 투자자인 A씨는 지난해 1월부터 지난 5월까지 22개 종목에 대해 종목당 평균 보유시간이 10분 안팎인 초단타 매매를 했다. 특정 주식을 사들인 다음 다른 계좌를 통해 이 주식에 대한 허위매수 주문을 대량으로 반복해서 제출하는 방법 등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뒤 앞서 사들인 주식을 매도해 시세차익을 냈다. 그렇게 낸 허위매수 주문이 무려 7001회에 달했다. A씨는 매매차익 2억1999만원을 얻었고 5개 증권회사의 8개 실전투자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뒤 상금 1억7500만원도 받았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26일 A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해 고교 3학년이던 김모(18)군은 77만원을 6개월 만에 1억원으로 만든 성적으로 모 증권사 실전투자대회 ‘주식왕’에 올랐다. 알고 보니 김군은 조직폭력배까지 가담한 주가조작 세력의 일원이었다. 인터넷 메신저와 보도자료 등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해 90여개 상장기업의 주가를 조작한 일당은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형사처벌 됐다.
증권사 실전투자대회가 투기세력의 놀이터로 전락하자 금융당국이 제재에 나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30일 “증권사들이 투자대회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하도록 조만간 행정 지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 지도는 투자대회가 지나치게 많은 상금을 걸거나 수익률 위주로 순위를 매겨 과열 경쟁과 불법을 야기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될 전망이다.
증권사가 수수료 수익을 노리고 투자대회 참가자의 고빈도 매매를 유도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투자대회 자체를 규제하기는 어렵다”며 “불공정거래를 막는 방법을 증권사 스스로 찾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