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지도부 ‘쇄신’ 나섰는데… 소장파 “그걸로 되겠나”

입력 2011-10-30 18:32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패배하며 ‘기성정치’ 낙인이 찍힌 한나라당 지도부가 내년 총선을 대비해 나름의 쇄신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당내 소장파는 “‘쇄신’이 아닌 ‘혁신’이 필요하다”며 이번 주 대대적인 당 개혁 주문을 쏟아낼 것으로 보여 당내 내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홍준표 대표는 31일 홍대 인근을 방문해 대학생들과 타운미팅을 가지는 것을 시작으로 젊은층과의 소통에 나선다. 아울러 서울시장 선거 패인 분석, 외부 전문그룹에 의한 ‘컨설팅’ 작업도 동시에 진행할 계획이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비정규직 보호, 청년창업 지원,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등 2040세대 관련 법안을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여권 일각에선 박근혜 전 대표가 당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그러나 당 쇄신을 주장해온 소장파는 한목소리로 “그것 가지고 되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정태근 의원은 “도대체 어떤 충격이 와야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겠느냐”고 지적했고, 여의도연구소장인 정두언 의원은 “이젠 말보다 실천으로 가시적인 결과를 내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소장파는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 혁신 논의에도 착수했다. 남경필 이혜훈 구상찬 김세연 홍정욱 의원은 한국과 일본의 차세대 의원 모임인 ‘한·일미래구상’ 세미나 참석차 전날 일본을 방문해 새벽 4시까지 ‘밤샘토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정두언 김성식 정태근 의원까지 ‘8인방’은 주중 수시로 회동을 갖고 당 체질을 바꿀 개혁안을 내놓기로 했다.

비주류로 밀려난 친이명박계를 중심으로 ‘외부 인물 영입론’도 제기되고 있다. 특임장관을 지낸 이재오 의원은 트위터에 “지력이 다한 땅에 아무리 땀 흘려 농사를 지은들 쭉정이밖에 더 있겠는가”라며 “내년 농사를 잘 지으려면 객토(客土·지력이 다한 땅에 새 흙을 옮겨오는 일)를 해야 할 걸세. 나는 원래 농사꾼이었지”라고 한탄했다.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판을 갈아엎는 과감한 인적 쇄신을 요구한 셈이다.

초선인 안형환 의원도 “지금 도구만 바꾼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도구를 쓰는 사람까지 바꿔야 할 것”이라고 했고, 김용태 의원은 “통상 총선 공천 때 40% 수준의 현역 의원 물갈이가 있었다는 점에서 그걸 뛰어넘을 정도로 비상한 각오를 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그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에서 당 변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묻힐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