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화물기 조종사 시신 발견… 동체 건졌지만 진실은 없었다

입력 2011-10-31 00:05


지난 7월 28일 제주도 인근 바다에 추락한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의 기장과 부기장 시신이 사고 석 달 만에 발견됐다. 하지만 사고 원인 규명의 결정적 단서를 쥐고 있는 블랙박스는 발견되지 않아 정확한 원인을 밝히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해양경찰서는 29일 오전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조종석 부분 동체를 인양한 뒤 제주항으로 옮겨 수색한 끝에 30일 최상기(52) 기장과 이정웅(43) 부기장의 시신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고 화물기 조종석 동체(가로 7m, 세로 5m)는 제주 차귀도 서쪽 약 104㎞ 해상에서 인양됐다. 제주해양경찰서 고민관 형사계장은 “발견 당시 이들은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으며 시신이 많이 훼손돼 거의 알아볼 수 없어 명찰로 신원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시신은 제주대병원에 안치됐다.

아시아나항공 B-747 화물기는 7월 28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중국 푸둥공항으로 가던 중 제주시 서쪽 약 107㎞ 해상에 추락했다. 기체는 사고 지점에서 3㎞가량 조류에 떠밀려 가다 해저에 가라앉은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화물기에는 반도체, 기계부품, 페인트, 합성수지, 리튬배터리 등 총 58t의 화물이 실려 있었다. 조종사가 추락 직전 “화물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도저히 안 되겠다”는 교신을 남겨 화재에 의한 사고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여기에 조종사 중 한 명이 사고 한 달여 전부터 종신보험 2개, 손해보험 5개 등 30억원가량의 보험에 가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유가족 측은 “6월이 보험사 결산 시기인데 보험사에 다니는 친구 아들이 실적이 안 좋아 많이 들어준 것이며 빚도 알려진 것과 달리 1억6000만원 정도”라고 밝혔다. 보험사들도 조종사의 고의사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국토해양부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보험금을 지급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종사 시신 발견으로 사고 수습은 급물살을 타게 됐지만 사고 원인 규명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최근 31일까지만 블랙박스 수색 작업을 하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다. 겨울이 되면 제주도 해역 기상이 나빠져 수색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수색작업 만료 하루 전 동체 일부와 시신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동체에서 떨어져 나와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것으로 추정되는 블랙박스는 찾지 못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 문길주 사무국장은 “블랙박스를 찾는다고 100% 원인 규명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블랙박스와 잔해를 찾는 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시신이 발견됐으니 DNA 확인 작업 등 절차를 거쳐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유가족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