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수 태국, 농경지 12.5% 침수… 국제 곡물가격 들썩

입력 2011-10-30 18:24

태국 홍수가 국제 곡물시장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국내 쌀 시장은 당장 직접적 타격이 없을 전망이다. 자급률(의무적 쌀 수입물량 포함)이 98%에 이르는 데다 생산량이 수요량을 웃돌아서다. 다만 우리 정부는 태국의 홍수 피해가 장기화되면서 ‘애그플레이션’(곡물 가격 상승으로 일반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보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

30일 농림수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쌀은 생산량이 많지만 국제 거래 규모는 작다. 지난해 밀은 국제시장에서 1억2416만t, 콩은 9851만t, 옥수수는 9080만t이 거래됐다. 쌀은 3040만t에 그쳤다. 이 때문에 태국 홍수가 곧바로 국제 곡물 가격 전체에 악영향을 주기는 힘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선물시장에 주목한다.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선물인 쌀 1월 인도물은 지난 10일 이후 10% 넘게 상승했다. 선물시장은 투기자본이 판치는 곳이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곡물 관련 선물거래에서 실제 농산물 거래는 2%뿐이다.

투기자본이 쌀을 중심으로 국제 곡물시장에 다시 몰려들면 국제 곡물 가격이 출렁일 수밖에 없다. 쌀에 이어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밀, 옥수수, 콩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 FAO가 집계하는 국제 식량가격지수(FPI)는 7월부터 세달 연속 소폭 내리며 폭등세가 진정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고공비행 중이다. 지난달 FPI는 225.0으로 지난해 같은 달(194.0)보다 15.9% 높다.

국제 곡물 가격이 들썩이면 국내 물가불안은 더욱 가중된다. 우리나라는 밀 자급률이 0.5%에 불과하다. 옥수수는 1.0%, 콩은 8.4%로 전적으로 수입에 기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식품 원료로 쓰임새가 많은 밀, 가축 사료로 쓰이는 옥수수 등으로 가격 급등세가 옮겨가면 가뜩이나 불안한 국내 물가가 극심한 애그플레이션 상황을 맞을 수도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태국의 홍수 피해가 갈수록 커지면서 위기감은 높아지고 있다. 태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홍수로 전체 농경지의 12.5%에 이르는 160만㏊가 침수됐다. 피해 경작지가 계속 늘고 있어 침수 면적이 최대 250만㏊(전체 농경지의 25%)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농업 관련 기관들은 물이 빠진 후 내년 중반에나 쌀 등을 수확할 수 있다고 본다. FAO는 동남아시아 지역 홍수에 따른 식량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홍수가 진정되고 나면 국제 기준가인 태국 B등급 백미 가격이 34% 이상 오른 t당 850달러에 이를 전망이라고 29일 보도했다.

김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