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등 LCD 담합… 1940억 과징금

입력 2011-10-30 21:13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대만의 AU옵트로닉스 등 한국과 대만의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제조·판매업체 10곳이 5년여 동안 국제 담합을 일삼다 거액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유럽연합(EU), 미국에 이어 3번째 징계로 한국에선 처음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0일 LCD 패널 가격과 공급량을 담합한 이들 업체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940억원을 부과했다. 과징금은 삼성전자가 961억1000만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LG디스플레이 651억5000만원, AU옵트로닉스 285억3000만원, 치메이 이노룩스 15억5000만원, 한스타 디스플레이 8억7000만원, 일본삼성 6억9000만원, 대만삼성 4억9000만원, LG디스플레이 재팬 3억원, 중화 픽쳐튜브스 2억9000만원, LG디스플레이 타이완 7000만원 등이다. 삼성전자는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제) 1순위 혜택을 받아 실제 과징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2순위인 LG전자도 절반을 감면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10개 업체는 세계 LCD 시장에서 80%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LCD 제조 산업은 한국, 일본, 대만의 소수기업이 경쟁하는 과점적 구조다. 공정위 관계자는 “LCD 가격 인상은 완제품(모니터, 노트북, TV 등) 가격에 영향을 미쳐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한다”며 “지금까지 처리한 국제 카르텔 사건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고 말했다. 종전 최고치는 지난해 적발된 항공화물운임 국제 카르텔로 과징금이 1243억원이었다.

10개 업체들은 2001년 공급 초과로 가격이 급락하자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가격담합을 시작했다. 컴퓨터 모니터, 노트북, TV용으로 사용되는 대형 패널제품의 최저 판매가격이나 인상·인하폭, 용도·사양별 제품 가격 차이, 가격 인상시기 등을 미리 정했다. 공급 초과 때에는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조업중단, 생산능력 전환 등으로 생산량 감축 또는 공급량 조절을 해왔다. 심지어 초과공급 상황에서도 ‘공급부족 상황’이라는 허위정보를 언론에 제공해 인위적으로 가격 인상과 수급조절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들은 각국 경쟁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크리스탈 미팅’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회의장을 바꿔가며 회의를 열었고, 회의 종료 후 시간차를 두고 빠져나가는 치밀함을 보였다. 2001년 9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매월 1회 이상씩 200차례 이상 담합 모임을 가졌다.

이에 대해 LG디스플레이는 “리니언시에 따라 사건의 법적 시효가 지났음에도 공정위가 부당하게 과징 처분을 했다”며 “서울고등법원에 행정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리니언시 제도에 따른 법적 처분 가능 기한은 자진신고 후 5년 내로 LG디스플레이는 2006년 7월 자진신고를 했다. 삼성전자는 “공정위 결정을 존중한다”며 “지속적으로 공정거래법 준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수용 입장을 밝혔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