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MB노믹스 왜 실패로 갔나

입력 2011-10-30 18:21

10·26 재보선이 끝나고 나흘이 지났다. 왜 민심이 여권에 등을 돌렸는지 여러 분석이 나왔지만, 결국 “이렇게는 못 살겠다”는 얘기였다. 20대의 등록금과 일자리, 30대의 보육과 전셋값, 40대의 불안한 노후 고민을 ‘경제대통령’은 덜어주지 못했다. 선거 결과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양극화를 더 심화시킨 ‘MB노믹스’의 패배다.

이명박 대통령도 2040세대의 고민을 모르지 않았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이념’보다 ‘경제’임을 간파하고 지난 대선에서 경제를 앞세워 당선됐다. 문제는 방법이었다. 이 대통령은 경제 성장을 통해 해결해주려 했다. MB노믹스는 비즈니스 프렌들리, 감세, 트리클다운(낙수효과)을 키워드로 한다. 기업이 돈을 더 잘 벌게 하고, 세금을 깎아줘 부유층이 돈을 더 많이 쓰면 그 온기가 아래로 흘러 이들의 고민도 해결되리라 봤다.

그러나 MB노믹스를 상징하는 ‘7·4·7(경제성장률 7%, 1인당 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 공약’은 두 차례 경제위기를 겪으며 물 건너갔다. 2008∼2010년 평균 성장률은 2.8%에 그쳤다(2008년 2.3%, 2009년 0.2%, 2010년 6.1%). 올해도 4%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고, 국민소득은 목표치의 절반인 2만 달러에 턱걸이했다. 경제 성장이 분배를 해결하리라 믿었는데 성장이 안 되니 분배가 더 취약해졌고, 양극화의 골은 더 깊어져 왔다.

이 대통령도 이를 의식해 2009년부터 친서민, 동반성장, 공정사회, 공생발전을 외쳤다. 그러나 정책 우선순위가 바뀌지 않는다면 이런 구호는 ‘말’에 불과하다. MB노믹스의 기조는 변함이 없었다. 4대강 사업을 임기 내 끝내려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고, 감세철회 요구에 2년 이상 버텼으며, 복지확충 주문에는 포퓰리즘이라고 맞섰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말과 행동이 충돌하자 2040세대는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겠다”며 등을 돌렸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바뀐 지난 5월은 민심 이반을 막는 기회였을지 모른다. 황우여 원내대표가 반값 등록금 등 복지확충안을 들고 나왔을 때 정부는 선거용 포퓰리즘이라며 경계했다.

이제 선거에서 민심의 요구가 확인됐고, 시선은 이 대통령에게 쏠려 있다. 이번엔 MB노믹스 기조가 바뀔 것인가. 확인할 방법은 정책과 인사다. 정책도 어차피 사람이 만드니 좀더 빠른 방법은 이 대통령이 어떤 사람을 쓰는지 보는 일일 테다.

선거 이후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이 사의를 표했다. 이 대통령은 민심 수습이 먼저라며 일단 반려했다. 두 핵심 측근은 MB노믹스를 만들고 지켜온 이들이다. 임 실장은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시절 감세법 입안을 주도했고, 백 실장은 정치권의 복지 요구에 “재정건전성이 우선”이라며 맞서 왔다.

임 실장은 30일 “지금은 할 일을 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라며 “언제든 물러날 각오가 돼 있으니 대통령께 부담 갖지 마시라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을 바꾸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발탁하느냐다.

이 대통령의 이번 인사 고민에는 MB노믹스의 대대적 수정 여부가 맞물려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적개편 한다고 전처럼 쓰던 사람 쓰면 안 하느니만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예상보다 고민의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