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멜로디에 무게… “다른 느낌 담겠다” 12월 8∼11일 ‘비밀의 밤’ 준비 중인 페퍼톤스

입력 2011-10-30 17:59


싱어송라이터 유희열 정재형 루시드폴 등이 소속된 안테나뮤직은 20, 30대 음악 애호가들에게 열광적 지지를 받는 레이블(음반사)이다. 소속 뮤지션들이 지난해 연 합동 공연은 티켓 오픈 30초 만에, 올해 4월 공연은 2분 8초 만에 매진됐다.

이런 안테나뮤직에서 단단한 마니아층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는 팀이 신재평(30·기타) 이장원(30·베이스)으로 구성된 2인조 밴드 페퍼톤스다. 2004년 데뷔한 이들은 감각적 사운드와 세련된 편곡, 청춘의 정서를 담아낸 노랫말로 소속사 ‘형님’들의 인기를 넘보고 있다.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안테나뮤직 사무실에서 페퍼톤스를 만났다. 이들은 오는 12월 8∼11일 서울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비밀의 밤’이라는 타이틀의 연말 공연을 준비 중이다. 두 사람은 “이번 콘서트에서는 화장기 없는, 간결한 무대를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어진 설명은 내년 초 나올 정규 4집의 음악적 변화도 짐작케 했다.

“저희도 이제 8년차 중견 뮤지션이잖아요. 그래서인지 최근엔 ‘똑같은 걸 반복해서는 안 되겠구나. 이젠 다른 느낌을 (음악에) 담아보자’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음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도 예전엔 화려한 편곡, 사운드 이런 부분이었다면 요즘엔 가사나 멜로디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어요. 공연 역시 예전과는 많이 다른 모습으로 진행될 것 같고요.”(신재평)

페퍼톤스 콘서트가 이전 공연과 달라지는 게 있다면 연주의 ‘덩치’를 줄였다는 점이다. 기존 10명 넘는 연주자와 함께 무대에 섰던 이들은 이번엔 자신들을 포함한 5인조 밴드를 구성해 무대에 오른다. 주로 객원 보컬이 담당했던 노래는 두 사람이 직접 부른다.

두 사람은 TV와 라디오, 광고까지 섭렵하는 소속사 선배 유희열 정재형과 관련된 얘기가 나오자 뿌듯해하는 모습이었다. 신재평은 “형들이 ‘우주 대스타’가 돼 정말 자랑스럽다”며 웃었다. 이장원은 “제가 재형이 형 성대모사를 잘하는 걸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데 (정재형이 덜 유명할 땐) 아무도 몰라줬다”며 “이제야 많은 분들이 (저의 성대모사를) 이해해주신다”고 했다.

페퍼톤스는 데뷔 당시부터 지금까지 카이스트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는 팀이다(두 사람은 이 학교 전산학과 99학번이다). 학벌이 곧 권력인 우리 사회에서 보장된 미래를 버리고 상대적으로 불투명한 음악의 길을 택한 것에 후회는 없을까. 두 사람의 답변은 간명했다. 자신들에겐 음악의 삶이 즐겁다는 것. 신재평은 “예전부터 대기업 다니는 것보다는 음악하는 게 재밌을 것 같았다”고, 이장원은 “음악에 나의 가장 큰 기쁨이 있다”고 답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