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자 박명성-극장장 고희경 “싸고 질 좋은 공연”… 맘마미아 황금콤비 다시 뭉쳤다

입력 2011-10-30 17:41


‘맘마미아’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뮤지컬 중 하나다. 최단 기간 1000회 공연 돌파 기록을 앞두고 있는 이 뮤지컬의 제작사 신시컴퍼니 박명성(48) 대표와 공연장 디큐브아트센터의 고희경(47) 극장장을 26일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이들은 1200석 규모의 대형극장 뮤지컬에서 불문율처럼 지켜지던 ‘10만원 이상’이라는 티켓 가격의 벽을 국내 뮤지컬 업계 최초로 깼다.

우선 디큐브아트센터 개관작으로 ‘맘마미아’가 선택된 이유부터 물었다.

△박명성(박)=‘맘마미아’는 공연을 한 번도 보지 않았던 초짜 관객들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작품이죠. 어떤 세대, 어떤 계층이 봐도 손색이 없어요.

△고희경(고)=관객들이 나올 때 표정이, 정말 신나고 행복한 얼굴로 나오는 공연이에요. 저는 여러 차례 본 공연인데도 기분이 안 좋을 때 커튼콜을 보러 들어가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작품으로 최선이지요.

두 사람의 인연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 박 대표가 ‘더 라이프’를 기획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 극장장은 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에 있었고, 박 대표는 신시컴퍼니의 전신인 극단 신시의 프로듀서였다. 이들이 ‘맘마미아’와 얽힌 건 2004년. 이 작품의 국내 초연을 앞두고 있던 신시컴퍼니가 예술의전당을 3개월 동안 장기 대관하면서였다.

△박=예술의전당이 뮤지컬 작품에 3개월 동안 대관을 해준다는 건 전무후무한 일이었지요. 말이 정말 많았어요.

그러니 2004년 당시 흥행이 검증되지 않은 작품을 들여온 프로듀서와 국내 최고 극장의 관계자라는 입장이 7년 만에 ‘검증된 작품’과 ‘신생 극장 관계자’로 뒤바뀐 셈이다. 그동안 ‘맘마미아’는 ‘산꼭대기에 텐트 치고 공연해도 팔리는’ 공연이 됐다. 그에 비해 디큐브아트센터는 문화 사각지대라는 서울 서남권에 처음 생긴 뮤지컬 전용극장.

△고=여긴(서남권은) 강남권과는 다른 정서가 있다고 봤어요. 부담 없고 대중적인 작품으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맘마미아’는 대중적이면서도 완성도가 높아서 적격이에요. 이 작품을 개관작으로 결정한 건 2년 전이었는데 박 대표가 잘 들어보지도 않고 1분 만에 흔쾌히 승낙했죠.

△박=사실 검증되지 않은 새 공연장에서 한다는 게 저희 입장에선 엄청난 모험과 도전이죠. 하지만 저는 이제까지 공연계의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데 노력해왔어요. 저희 회사가 최고, 최대 수식어를 여럿 갖고 있는 것도 새로운 도전을 했다는 증거라고 봅니다. 저흰 공연 관객이 없는 이 일대를 ‘신(新)드림’으로 바꿔보자고 생각했어요. 물론 예전부터 알고 지낸 고 극장장에 대한 신뢰가 있었고요.

제작자와 극장장의 관계가 된 두 사람은 ‘싸고 질 높은 공연’이라는 명제를 두고 의기투합했다. 저렴하고 수준 높은 공연이란 문화산업 종사자들에겐 당위다. 돈을 벌어야 하는 제작자 입장에선 쉬운 일이 아닐 터. 현재 ‘맘마미아’의 R석 티켓 가격은 9만원이다. 대형 뮤지컬 공연의 R석 가격은 10만원 이상이라는 공식을 처음으로 깬 것이다. 이들은 내년엔 더 내려갈 거라고 장담한다.

△박=가장 중요한 게 가격이죠. 전용 극장이 만들어졌으면 관객한테 더 많은 혜택이 가야 하잖아요. 이번엔 극장에서 대관료 부분을 상당히 양보해서 가격을 내릴 수 있었어요.

△고=그런데 다른 극장들 항의가 많이 들어와요(웃음).

△박=저는 뮤지컬 티켓의 적정 가격은 사실 더 낮아야 한다고 봐요. 우리나라 공연 티켓 가격이 미국 뉴욕이나 영국 런던보다 비쌀 이유가 없습니다. 내년에도 디큐브에서 뮤지컬 ‘시카고’를 공연하는데 지금보다 가격을 더 낮출 계획이에요. 극장에서 양보를 했으니 우리도 관객에게 돌려주는 게 맞는다고 봐요. 앞으로 3개월 이상 장기 공연하는 대형 뮤지컬은 가격을 지금보다 낮출 생각입니다. 많은 관객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고=요샌 소수의 대중스타들에게 ‘빨대 꽂아서’ 살아남는 작품도 많잖아요. 그건 제작환경 전체의 건강성을 해치는 거죠. 다같이 죽자는 거예요. 또 다른 미디어가 생겨서 스타들이 가버리면 그걸로 끝나는 겁니다. 뮤지컬 자체로 생존할 수 있는 시장이 극장 입장에서도 필요해요.

△박=그렇죠. 지금은 거품이 너무 많고, 또 거품이 빠지는 시기예요. 단발성으로 아무 생각 없이 만드는 작품들은 도태할 것이고 관객들의 신뢰를 받는 제작사만 살아남겠지요. 티켓 가격도 마찬가지예요. 13만원, 15만원, 이런 게…. 아이돌 스타가 뮤지컬에 들어옴으로써 인건비가 비싸지고 그 부담이 고스란히 관객에게 가는 겁니다. 이런 시장 환경이면 절대 창작뮤지컬이 살아남기 어려워요. 호황일 때도 살아남기 어려울 텐데 지금은 불황이잖아요.

△고=어려운 시기일수록 작품이 좋아야 해요.

△박=어떤 작품도 대중성을 갖고 태어나진 않아요. 프로듀서나 스태프 배우 같은, 만드는 사람의 공력으로 훌륭한 작품이 되는 것이지요. 흥행을 장담할 수 없던 ‘맘마미아’가 성공했듯이.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