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反한나라 정서가 反FTA는 아니다

입력 2011-10-30 17:36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국회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반대가 더욱 강경해진 것이 주요인이다. 야5당 대표들은 그제 비준 여부를 내년 총선 이후 구성될 19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그 이면에는 서울시장 선거의 여세를 몰아 비준안을 아예 무산시키거나 FTA를 내년 총선의 핫이슈로 부각시켜 표를 얻으려는 속내가 담겨 있다. 야당이 반대 근거로 내세운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한 여야정 끝장토론회가 어제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야당은 일방적으로 불참했다.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의 지적대로 “국민과 국회를 조롱하는 행동”이다.

민주당이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현 정부의 FTA는 ‘나쁜 FTA’이고, 노무현 정부의 FTA는 ‘좋은 FTA’라는 유치한 주장을 접고, FTA를 선거에 활용하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확인된 반(反)한나라당 정서가 반(反)FTA를 뜻하는 건 아니다.

여권도 문제가 크다. 정부와 청와대가 한나라당에 비준안의 ‘10월 31일 처리’를 공식 요청했고, 이에 한나라당은 야당과의 협상을 통해 결정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당·정·청이 빈틈없이 공조해도 국회에서 처리될까말까 한 형국인데 입장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한심한 장면이다. 한나라당은 비준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역풍을 맞아 몰락할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에 위축돼 있다. 하지만 한·미 FTA는 순수하게 국익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정 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비준안 처리를 놓고 내년 선거에서의 유·불리를 따지지 말아야 마땅하다.

미국과의 FTA는 수출산업 활성화와 투자 증진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비준안의 여야 합의 처리가 최선일 것이나 야당이 워낙 강경해 현재로선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마냥 방치할 순 없다. 한나라당은 야당을 최대한 설득하되 설득이 안 되면 단독으로라도 처리하는 게 온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