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원순의 서울시정, 현실을 포용하길
입력 2011-10-30 17:34
박원순 서울시장이 11월 20일까지 제출할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예산안은 그가 맡은 첫 번째 주요 과제일 뿐 아니라 박 시장의 철학과 선거공약들이 어떻게 행정에 반영돼 나갈지를 가늠케 하는 풍향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전임 오세훈 시장의 한강르네상스 사업과 한강주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고, 한강예술섬이나 행복타운 사업 등은 시의회가 반대하고 있어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무상급식과 공공임대주택 8만채 건설, 공공보육시설 확대 등 그가 구상한 사업은 예산안에 적극 반영될 전망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서울시행정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될 사항은 서울시민의 복리와 수도 서울의 밝은 청사진이라는 점이다. 전임 시장과의 차별성도 필요한 일이지만 상대진영의 논리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배척하거나 폐기해서는 온전한 행정을 펴기 어렵다. 또 비록 공약이라 할지라도 실천 과정에서는 현실을 감안해 조정할 수 있어야 하며 오랜 정치철학이라도 현실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이념의 기계적인 이식은 반발을 부를 뿐이며, 현실을 포용해 이념과 조화시켜 내는 것이 곧 실력이기 때문이다.
인사에서도 개혁과 안정 사이 균형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사는 만사라고 하듯 어떤 인물들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서울시 조직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박 시장 스스로 “인적 연고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원칙을 밝히긴 했지만, 측근이나 캠프 출신만 편중되게 쓰게 되면 풍부한 행정경험을 사장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이는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특히 선거 논공행상 차원에서 인사가 이뤄진다면 박 시장 체제가 기존 정치와 다를 게 하나 없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시민단체 출신 서울시 CEO의 행정을 53.4%의 지지자들은 기대와 열망에 찬 눈으로 주목하고 있다. 반대했던 46.2%의 시민들도 매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그가 펼칠 행정의 준거는 서울시민과 서울시의 복리와 발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