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이상 가족, ‘통영의 딸’에 입장 밝혀야
입력 2011-10-30 17:33
북한에 억류 중인 신숙자씨와 오혜원·규원씨 모녀 구출 운동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가운데 이들 가족의 월북에 일정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윤이상씨 가족의 움직임이 관심사다. 북한에 머물던 윤씨의 부인 이수자씨가 윤이상 추모제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들어옴으로써 이 운동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 것인지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이다.
‘통영의 딸’과 관련해 윤씨 가족에게 거는 기대는 구출운동에 나서 달라는 것이다. 상호모순적인 측면이 있지만 결자해지를 요구하는 것이다. 신씨의 남편 오길남 박사에 따르면 탈북 후 독일에서 윤씨 부부에게 가족들을 구해달라고 간청하자 윤씨는 평양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했고, 이씨 역시 “북에도 2000만의 사람이 살고 있어요. 그런데 왜 망설이시죠”라며 북으로 돌아가라고 종용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여기에다 이씨는 북한정권과 상당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어 마음 먹기에 따라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입장이다. 그녀는 해마다 10월에 북한에서 열리는 윤이상음악축제를 참관하고 있다. 이 행사에 대해 이씨는 윤이상관현악단의 이사장은 국방위원장이며 본인은 직접 나서기보다 다방면에서 돕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또 한국과 독일 외에 매년 일정기간을 평양의 집에서 지내고 있다는 사실은 북한 정권과의 유대가 깊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윤씨의 딸은 최근 한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대해 “미친 여자”라며 불괘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신씨 모녀의 억류와 윤씨 가족의 관련성을 부인하기 위해 나온 돌출행동으로 이해되지만 그런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넘어갈 단계가 아니다. ‘통영의 딸’ 구출이 국제적인 운동으로 확산되는 마당에 언제까지 침묵상태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송환을 위해 대한민국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선 상태이고, 독일 정부와 의회도 구출운동을 적극 돕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더 이상 침묵이 금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