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변혁의 바람 거센 루터대학교] 뼈깎는 심정으로 개혁 중! 건실한 대학으로 거듭난다
입력 2011-10-30 17:49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루터대학교(김해철 총장)는 마치 동화 ‘토끼와 거북’에 나오는 거북이 같다. 한국 사회에서 루터대는 많은 사람들에게 ‘작지만 건강한 공동체’로 인정받아 왔다. 세상의 속도와 규모에 연연하지 않고 뚜벅뚜벅 성실하게 제 역할을 하는 거북이 같은 대학. 그런데 이 학교가 최근 대학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몇 해 동안 학과를 신설하고 강의동을 증축하는 등 루터대 역시 여느 학교들과 마찬가지로 ‘규모’를 키워가며 시대의 ‘속도’에 맞춰 달렸다. 그러나 ‘작은 공동체’인 학교로서는 그것을 견디는 게 버거웠다. 2007년 증원증과를 통해 2개 학부 7개 전공학과로 몸집을 키웠다. 그러다 대내외적 환경과 사회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고 2010년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 일명 ‘부실대학’으로 찍힌 것이다.
김해철 총장은 이에 대해 “개교 45년 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은 루터대가 대한민국 대학 중 하위 15%에 포함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루터의 정신을 이어받아 이 땅에 선교와 교육 사업을 통해 복음을 전파한다는 목적을 갖고 개교했으나 대학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데 대해 세계루터교회와 한국루터교회, 재학생, 동문, 후원자들에게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김 총장은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피나는 노력과 뼈를 깎는 고통을 통해 대학 변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루터대는 구조조정 개혁안을 시행 중이다. 먼저 내년도 입학정원을 50% 감축하기로 하고, 영어학과와 공연예술학과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한 노인복지학과와 사회복지학과를 통합했다.
기획처의 한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내년도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는 학과의 학생들은 말할 수 없는 충격과 아픔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수십 수백 개의 학과들 중 한두 개 학과를 조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열 손가락 안에 셀 수 있는 작은 공동체 안에서 귀하게 자라고 있는 학과들 중에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결정하는 일은 정말 뼈를 깎는 아픔”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루터대는 이들 학과에 대해선 정상적인 커리큘럼을 통해 단 한명의 복학생까지도 교육을 책임지겠다는 각오다.
대출제한 조치로 학비 마련이 힘들어진 학생들을 위해서는 학교가 나선다. 기독교한국루터회 총회와 학교법인 루터교학원이 연차적으로 재정 지원을 약속한 가운데 루터대는 학생들을 위한 ‘맞춤식 대출’을 제공키로 했다.
2012년 루터대는 소수정예 네 개 학과로 신입생을 모집한다. 신학과는 성서에 기반을 둔 루터의 십자가 신학과 개혁자적인 신앙을 교육하고 있다. 특별장학금 및 신대원 과정 전액 장학금, 교회개척 시 개척지원금(5억원), 목회자 최저생계비·연금 지원 등 다양한 특전을 누릴 수 있다.
21세기 10대 유망직종으로 각광받고 있는 전문상담사를 양성하는 상담학과는 졸업 후 100% 취업률을 자랑한다. 흥미와 적성에 따른 맞춤식 교육을 지향해 해마다 구체적인 교과과정 및 실습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개선해 가고 있다.
사회복지학과는 교수와 학생 간 1대 1 실습지도와 일본 미국 독일의 사회복지시설, 대학과의 산학협력을 탄탄하게 다져가고 있다. 특히 루터대가 운영 중인 용인노인복지센터 및 다수의 사회복지 시설과 연계를 통해 체계적으로 사회복지현장을 경험할 수 있다.
언어치료학과의 목표는 영혼까지도 감싸는 세상의 치유자를 소망한다. 서울,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개설되어 있다. 언어 장애 인구뿐 아니라 다문화 가정의 이웃을 배려하는 전문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권득칠 교목실장은 “우리 학교는 학생들이 자신의 소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며 “교회에서 세운 대학의 사명은 학생들이 가치 있고, 봉사하는 삶을 개발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루터대는 1966년 한국교회와 루터회에서 헌신할 목회자를 양성하고, 국가와 사회 발전에 공헌할 평신도 지도자들을 훈련·배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해마다 미국 자매학교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갖고, 독일 등 세계 루터 교단에서 설립한 각국 우수대학과 결연하는 등 국제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