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이웃위해 봉사·치매 모친 극진 수발…죽음 앞에서도 이웃 구했다
입력 2011-10-29 01:14
평생 소외된 이웃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극진히 모셔온 50대 전직 대학교수가 교통사고로 어머니와 함께 숨져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 2시쯤 서울 도원동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김모(38·여)씨가 몰던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해 유경혜(52·여) 전 가톨릭 의대 교수와 유씨의 어머니 이모(89)씨, 최모(8)군 등 4명이 숨졌다(본보 27일자).
당시 목격자들에 따르면 유씨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고 외출 중이었다. 이들 앞에는 다리가 불편해 목발을 짚고 있던 할아버지가 걸어가고 있었다. 차가 돌진하는 순간, 유씨는 이 할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인도로 밀쳐냈고, 모녀는 돌진하는 차에 목숨을 잃었다.
유씨는 9년 전 대학 교수직을 그만두고 치매에 걸린 노모의 곁을 지켜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동네 성당에서도 외롭고 병든 노인. 소외된 이웃을 도와왔다. 유씨가 봉사해온 용산 성당 관계자는 “가난하고 외로운 노인분들을 극진히 도와왔으며, 봉사활동한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28일 모녀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에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또한 아파트 주민들도 사고 현장을 찾아 모녀를 애도하며 꽃을 바쳤다.
이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