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예산’ 전액 삭감… 서울시, 서해뱃길·오페라하우스 등 사업 백지화
입력 2011-10-28 22:44
서해뱃길,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어르신행복타운 등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핵심사업이 내년도 예산을 한 푼도 배정받지 못했다. 또 부채 10% 감축 등 공약사항 이행을 위해 불요불급한 사업이나 전시성 사업을 전면 수정 또는 축소키로 했다. 대신 무상급식 확대 등 복지부문의 예산 배정을 늘리기로 했다.
서울시는 28일 내년도 예산안 작성과 관련한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방침을 박원순 시장에게 보고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전반적인 예산 현황에 대해 기획조정실 간부로부터 보고받고, 당장 내년부터 자신의 공약 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예산 규모를 점검했다.
시에 따르면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사업은 물거품이 됐다. 지금까지 이 사업에 토지 보상비로 사용된 550억원과 설계비 등으로 지출된 21억6000만원 등 572억원의 혈세가 낭비됐다. 시는 지난해 오페라하우스 건설을 위해 406억원의 예산을 신청했으나 시의회에서 전액 삭감됐고, 오 전 시장은 시민 성금을 모아서라도 사업을 강행하겠다고 밝혔었다.
내년에 1193억원을 들여 서울 서남권에 짓기로 한 어르신행복타운도 백지화됐다. 시는 어르신행복타운 건립계획을 내년도 사업계획에서 아예 제외하고, 노인여가복지시설 기본계획을 다시 만들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사업을 추진하려면 공유재산관리계획이 시의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거의 불가능해 예산안을 짜지 않았다”며 “현재 소규모로 운영하고 있는 노인복지센터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미 예산 투입이 완료된 양화대교 구조개선사업을 제외한 서해뱃길사업 전체도 무산됐다. 박 시장은 당초 양화대교 공사를 현재 상태에서 중단해 전시행정의 표본으로 남기겠다고 했으나, 안전상의 이유로 교각공사 규모를 줄이는 선에서 공사를 끝내도록 양보했다.
시는 오 전 시장의 공약 실천을 위해 사용하기로 한 예산을 전용, 무상급식 전면 확대 등 복지부문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내년 무상급식 지원대상을 중학교 1학년까지 확대하고, 민간 어린이집의 국·공립 전환을 위해 1800여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시는 법정시한인 다음달 11일까지 부채를 임기 중 매년 10%씩 줄이는 내용의 대략적인 예산안을 편성, 시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박 시장의 공약 실천을 위한 신규 사업은 추가예산을 편성하거나, 내년 중 추가경정예산을 짜는 것으로 시의회 민주당 측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 시장은 이날 시 간부들과 간담회를 갖고 내년 1월 조직개편을 하겠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 임기동안 확대된 디자인·한강 개발 관련 조직을 축소하고, 복지부문 부서를 확충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