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용어 선택·치고 빠지기 계산된 행보… 안철수, 정치 9단인가 코치 받나
입력 2011-10-28 18:31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말과 행동이 고단수 정치인에 버금갈 정도로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디어를 잘 활용하고 ‘용어’ 취사선택에도 뛰어나 누군가 뒤에서 ‘코치’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안 원장은 10·26 재보선 이튿날인 27일 학장회의 참석차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들러 기자들을 만났다. 기자들이 먼저 찾아나서기도 했지만 회의 참석 몇 시간 전 그와 가까운 한 인사가 언론에 알려 자연스레 발언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그는 여기서 제3 창당과 관련해 “학교 일도 벅차다”는 말 한마디로 논란 확산을 차단시켰다. 또 “(신임 서울시장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분, 자기 생각과 다른 분들도 헤아려 달라”고 했다. ‘사회통합’을 얘기한 것으로 이 역시 준비된 메시지라는 관측이 많다. 적어도 정치에 관심이 없는 국립대 교수가 할 만한 발언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26일 투표장을 찾아서는 “선관위에서 어떤 해석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어떤 말을 하면 가능할지 조심스럽다”고 했다. 선거법 시비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지인 동시에 행간으로 선관위의 지나친 선거운동 규제를 연상시켜 투표를 독려한 것으로도 읽힌다.
지난 24일 무소속 박원순 후보 선거사무실을 찾은 시점과 ‘편지’라는 형식도 고도로 계산된 행보로 보인다. 선거 지원에 대한 역풍이나 자신을 향한 공세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선거에 임박한 시점을 택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온라인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간접 지원할지, 아니면 직접 유세에 나설지 주목되던 상황에서 딱 중간 성격으로 선거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편지’ 형태로 메시지를 전달,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흑인인권운동을 소재를 삼았지만 속내에는 ‘투표로 심판하자’는 매우 강력한 내용이 함축돼 있었다.
그가 언론 인터뷰와 편지에서 자주 사용하고 있는 ‘정치적 확장성’ ‘변화의 출발점’ ‘상식에 기반한 사회’ ‘원칙이 편법과 특권을 이긴다’ 등이 정치권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들인 점도 눈길을 끈다.
민주당 관계자는 28일 “안 원장 뒤에 정치 9단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있거나, 그게 아니면 적어도 안 원장 스스로 상당히 높은 수준의 정치적 훈련이 마쳐진 상태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