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비준 표류] 민주당 재재협상 주장하지만… 내부적으론 “ISD 폐기땐 처리”

입력 2011-10-28 22:55


민주당은 28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한 마지노선으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폐기를 내걸었다. 공식적으로는 이날 야5당 대표가 합의한 대로 10개 분야 재재협상을 주장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ISD 조항이 제거된다면 한·미 FTA를 처리해 줄 수 있다는 기류가 강하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등은 10개 분야 재재협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향후 야권 내 갈등이 예상된다.

ISD는 상대국에 투자한 기업이 손해를 봤을 때 투자유치국의 국내 법원이 아닌 제3의 중재기구에서 분쟁을 해결하도록 하는 제도다. 야당은 ISD 조항이 국내법을 무력화시키는 등 사법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중소상인 적합업종으로 두부를 포함시킬 경우 두부를 만드는 대기업 주식을 보유한 미국 투자자가 세계은행에 설치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 소송을 낼 수 있고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미국이 절대적으로 소송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손학규 대표는 야5당 대표회담에서 “ISD 조항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대한민국의 간과 쓸개를 다 내주는 한·미 FTA를 저지하기 위해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나라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호주와 이스라엘은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버텨 미국이 (ISD 문제를) 양보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1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 ISD 조항에 대한 재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가 ISD 조항을 양보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노무현 정부에서는) ISD 조항에 법조계가 강력히 반대하자 미국은 자동차 업종에서 이익을 양보했다”며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 과정에서 자동차 업종 이익마저 내줬기 때문에 ISD 조항은 폐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노당과 진보신당 등은 ISD 조항뿐만 아니라 농축산업 주요품목(쇠고기) 일정기간 관세철폐 유예, 중소상인 보호장치 확보,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원산지 인정 등 10대 독소조항을 모두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이 ISD 조항을 지렛대로 비준동의안을 처리해 줄 경우 비판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민노당 우위영 대변인은 “ISD 조항이 철폐되면 다른 독소조항을 양보할 수 있다는 (야당 간) 합의가 이뤄진 적이 없다”며 “야권 단일행동을 위해서는 합의되지 않은 말이 나오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