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쇄신바람 속 한숨 커지는 친박계

입력 2011-10-28 18:32

10·26 재·보궐선거 결과를 계기로 쇄신 논의가 진행되면서 한나라당 내 친박근혜계 의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가장 큰 고민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 문제다. 당내 다른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친박계 내부에선 이번 선거 패배 원인 중 하나가 이 대통령 내곡동 사저 문제 등 현 정권의 국정운영 방식 때문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다.

이대로 MB정부와 같이 가다간 ‘정권심판론’ 구도를 피할 수 없다는 우려가 크지만 박 전 대표는 여전히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가 정권 후반기 현직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힘을 키우는 방식에 부정적이다.

서울시장 선거 캠페인 도중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건의도 있었지만 정작 본인은 수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28일 “박 전 대표는 직접 나서서 이 대통령을 비판하며 주목받기보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정책을 통해 차별화를 꾀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쇄신을 맡고 있는 홍준표 대표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홍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바꿔서 된다면 한나라당 당명도 바꾸겠다”며 “20∼40대와 타운홀 미팅을 갖고 당 외부 전문가 그룹으로부터 당이 무엇을 쇄신해야 하는지 요구사항도 듣겠다”고 말했다. 일단 박 전 대표도 비상대책위원회보다는 ‘진정한 변화를 위한 실천 의지’ 등을 강조하며 홍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준 상태다.

하지만 당내에선 계파를 초월해 홍 대표가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한 초선 의원은 “홍 대표는 내년 총선 때 자신이 어떻게 공천권을 휘두를지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면서 “사심을 버리고 당을 위해 희생할 각오로 쇄신에 나서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홍 대표가 알아서 잘해 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아울러 친박계에선 당 쇄신의 일환으로 문호를 개방해 전국 각지의 인재 영입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참신한 20∼40대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인적 쇄신을 꾀하고 변화를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이라 ‘외부 수혈’이 곧 ‘현역 의원 교체’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친박계가 영입에 나설 경우 공천을 의식한 몸집 불리기 아니냐는 비판도 불 보듯 뻔하다. 때문에 일각에선 외부에서 존경받는 원로급 인사를 위원장으로 영입해 매머드급 인재위원회를 구성, 투명하게 각계각층 인사를 영입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김나래 유동근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