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대 대구지검장 돌연 사표 파장… 검·경 ‘수사권 갈등’ 재연 조짐

입력 2011-10-28 23:05

신종대(51·사법연수원 14기) 대구지검장의 돌연 사표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로 불똥이 튀고 있다. 신 지검장이 사표를 내기 직전까지 수개월간 경찰의 내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현직 검사장이 경찰 내사 사건과 관련돼 옷을 벗기는 처음인 데다 검찰 지휘를 받아야 하는 경찰의 내사 범위 문제는 수사권 조정의 핵심 쟁점이기도 하다.

신 지검장은 대구지검장 발령 2개월 만인 지난 27일 사표를 냈다. 지병을 앓고 있는 부모와 개인 건강 등 일신상의 이유로 물러났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그러나 경찰의 내사 역시 갑작스러운 퇴진의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전남지방경찰청은 지난 4월부터 건설업체 하도급 비리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도장 전문업체 P사 대표가 신 지검장에게 금품을 전달한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이 압수한 다이어리에는 2006년 1월부터 모두 1400만원을 전달한 메모가 남아 있었고, 900만원은 뇌물죄 공소시효(5년)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였다. 경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그 가운데 90만원이 신 지검장 측에 넘어간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금액이 적고 직무 관련성이 드러나지 않았다며 검찰 지휘를 받아 지난 25일 최종 내사종결 처리했다. 신 지검장은 그 이틀 후 사표를 냈다. 대통령 훈령 제143호는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해 조사 또는 수사 중인 때’는 공무원의 사표 수리를 금지하고 있다.

경찰이 신 지검장에 대한 조사 없이 혐의 없음으로 내사종결 처리한 것을 놓고 경찰이 검찰 눈치를 봤거나, 검찰이 외압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그러나 검·경 모두 이를 부인했다.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일반인이라도 똑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며 “뭉칫돈을 찾아내려고 애썼지만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주지검 관계자는 “경찰이 6개월간 내사를 하면서 검찰에 보고한 것은 지난주 수사지휘 보고서를 낼 때 단 한 번뿐이었다”며 “검찰은 건의서의 ‘가(可)’ 난에 도장을 찍어 승인해준 것이 전부”라고 했다.

이번 일이 특히 주목되는 이유는 검사의 구체적 지휘 범위를 규정하는 대통령령 제정을 놓고 검·경이 힘겨루기하는 상황에서 불거졌기 때문이다. 경찰은 국무총리실에 제출한 초안에 ‘수사 대상자가 전·현직 검사 또는 검찰청 공무원일 경우 수사지휘 예외 대상이 된다’는 내용을 넣었다. 반면 검찰은 ‘공무원 범죄는 경찰이 수사를 개시한 후 검찰에 보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검찰은 경찰이 의도적으로 관련 사실을 외부에 흘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한편 신 지검장은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없고 조사받은 일도 없지만 여러 사정상 직을 수행하기 어려워 사직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28일로 예정된 퇴임식을 취소했다.

지호일 김현길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