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평론가 김용민 씨 “박원순 당선 1등공신? 우리가 바라는 건 나꼼수 쭉∼ 하는 것 뿐”

입력 2011-10-28 19:24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한 줄로 이렇게 요약된다. ‘안풍(안철수 신드롬)’에서 시작해 ‘꼼풍(나는꼼수다 열풍)’으로 끝난 선거. 선거 종반 팟캐스트(스마트폰 이용자를 위한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에 쏟아진 관심은 굉장했다. 선거를 뒤흔든 대형 스캔들의 진앙이 나꼼수였으니 당연하다.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스캔들’과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의 ‘1억원 피부클리닉 의혹’이 바로 나꼼수에서 터졌다. 선거 10일 전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를 부르고, 5일 전에는 문재인 노무현재단이사장·박지원 민주당 의원·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를 한자리에 모아 선거토론을 성사시킨 것도 나꼼수였다. 선거 다음날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경찰의 첫 수사대상이 된 것, 역시 나꼼수다. 그 나꼼수의 ‘4인 특공대’ 중 자칭 출연분량이 가장 적은 출연자이자 프로듀서가 시사평론가 김용민(37)씨다.

지난 6월 ‘조국 현상을 말한다’에 이어 5개월 만에 ‘나는 꼼수다 뒷담화’(미래를소유한사람들)를 낸 김씨를 선거일인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선거 다음날인 27일 전화로 만났다. 선거일에 잡힌 시사평론가와의 인터뷰. 이 질문이 빠질 수 없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누가 이길 것 같나.

“예측하고 말 것도 없다. 무조건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가) 이긴다. 어떻게 계산해도 한나라당이 이길 수 없는 선거다. 투표소가 어딘지 모르겠다는 질문이 트위터에 올라오면, 투표소 찾는 법이 떼거지로 올라온다. ‘박풍(박근혜 바람)’도 안 불었다. 차이가 5%포인트냐, 10%포인트냐, 그게 질문이다. 10% 이상은 장담 못하겠고 5% 이상은 분명히 차이 난다. 난 용인시민이라 투표권은 없지만(웃음).”

-(선거 후 물었다)박원순 당선자가 7.2% 포인트 앞섰다. 5∼10%포인트라던 예측이 딱 맞았다.

“너무 뻔한 거라 맞췄다고 좋아할 것도 없다. 그것보다는 20∼40대 이반(離反), 50대 여야 지지층 격차가 10%대로 줄어든 것, 강남 선거에서 박 당선자가 40%대의 지지율을 얻은 것, 그게 새로운 거다.”

-(역시 선거후 물었다)경찰이 나꼼수 진행자 4명 등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다는데.

“선거 직후 누가 나꼼수에 ‘태클의 쓰나미’가 올 거라고 말하더라. 예상했던 거다.”

-서울시장 선거에 끼친 영향력은.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조사해보니 나꼼수를 들어봤다는 사람이 15.4%였다. 계산해보면 유권자 600만명이 들었다는 얘기다. 무시 못 할 숫자 아니냐. 실제 트래픽은 그보다 더 많다. 박원순 후보 선거캠프에서는 나꼼수를 ‘1등 공신’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름 없는 인터넷 방송 좀 듣는다고 그게 뭐가 대단한가. 기여를 논하거나 공을 말할 생각 절대 없다. 우리가 바라는 건 그저 ‘우리 이대로 방송하게 해주세요’ 이것뿐이다. 국민이 귀 기울이는 방송 문 닫게 하면 울분만 더 쌓인다. 총선, 대선에서 좋을 게 없다.”

-시작할 때 이 정도 인기를 예상했나.

“수요층이 있다고 확신했다. 현 정치지형에 울분을 가진 사람이 너무 많더라. 분노하는 대중, 여론이 있는데 이게 잔뜩 ‘쫄아’ 어디 분출될 데가 없었다. 그래서 마니아층 호응은 예상했다.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덕이 컸다. SNS 없었으면 나꼼수는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나꼼수는 누구 아이디어인가.

“함께 방송하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를 처음 만난 게 한 방송국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다. 김 총수는 완전히 멋대로 하는 진행자였다. 첫인상은,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이거였는데 대화하다 보니까 나랑 맞더라. 친해졌다. 그 뒤로 꽤 오랫동안 뉴미디어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해왔다. 그러다 팟캐스트로 해보자 결정하고 나꼼수 1편이 올 4월 28일 올라간 거다.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합류했고. 라디오로 결정한 건 정말 좋은 생각이었다. 라디오는 일단 돈이 안 든다. 카메라맨, 음향, 기술감독, 자막, 작가 다 필요 없다. 제작비가 적게 든다. 오디오파일은 내려받기도 쉽고.”

-이 책 ‘나는 꼼수다 뒷담화’ 판매 수익금은 나꼼수 제작비로 쓰인다는데 제작비는 얼마나 드나.

“스튜디오 임대비 5만원(야간 8만원), 식사비 약 3만6000원 포함해서 10만원이 안 된다. 서버 관리비가 제일 많이 나온다. 한 달에 1000만원 정도인데, 최근 2000만원으로 두 배 뛰었다. 청취자가 엄청나게 늘었다는 뜻이다.”

-나꼼수에서 프로듀서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나는 꼼수다 뒷담화’에서 그런 걸 알려주고 싶었다. 이 프로그램 구조가 어떤지 그런 거. (PD는) 발언도 하지만 비중은 낮다. 라디오에서 아무리 캐릭터가 선명해도 목소리가 넷 나오면 듣는 사람 헷갈린다. 나는 말을 줄인다. 2시간 방송되면 편집되는 분량은 20∼30분밖에 안 된다. 재미없거나 너무 느슨한 거 그런 거 잘라내고 오프닝, 클로징, 뉴스클립 같은 걸 넣고 음량을 조절하는 정도다. 편집이라고 할 것도 없다.”

-6월에 낸 책 ‘조국 현상을 말한다’가 요즘 많이 팔린다.

“단독 저서로는 ‘고민하는 청춘 니들이 희망이다’, 그 외에는 공저가 몇 권 있는데 다 1쇄를 못 넘겼다. ‘조국∼’이 10쇄 2만부 정도 나갔다. 이렇게 많이 팔릴 책인가, 그런 반성도 한다. 처음 나왔을 때는 무명이었고, 그땐 거의 안 나갔다. 요즘 많이 나간다. 다 나꼼수 인기 덕이다.”

-나꼼수 같은 방송의 확산 가능성은.

“블루오션에 나꼼수 혼자 뛰어들었다. 아류 냉면집 없이 텅 빈 공터 위에서 나꼼수가 점포를 가득 채운 손님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슷한 방송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내 책을 보면 어떻게 준비하면 되는지 알 수 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