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민 눈높이 맞추는 보수 여당돼라

입력 2011-10-28 18:11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40대 계층의 지지를 얻지 못해 참패한 한나라당이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현 지도부가 사퇴할 경우 그 대안을 찾을 수 없어 현 지도체제를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고 한다. 선거패배 후 20∼40대의 성난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당이 획기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는 발표와 모순된다. 참으로 한심한 한나라당이 아닐 수 없다.

선거 결과를 놓고 서울에서 졌으나 지방에서 이겼으니 “이겼다고도 졌다고도 할 수 없다”는 식의 단순 셈법으로 책임을 면하려는 홍준표 대표 체제로 한나라당이 환골탈태 할 수 없을 것 같다. 홍 대표 혼자만 이번 선거에서 패배하지 않았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성난 민심을 달래기보다 우롱하고 조롱하고 어깃장을 놓고 있다. 그런 홍 대표에게 난파한 한나라당의 정비와 체질 개선을 맡기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일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를 통해 한나라당은 일부 계층과 50∼60대 이상 보수성향이 강한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는 정당임이 입증됐다. 진보적 성향인 민주당의 대척점에서 보수적 성향의 국민들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인정받아온 한나라당이었으나 이제는 기득권을 지키는 ‘부자 정당’, 1억원 피부 클리닉에 다니는 특별한 이들의 정당처럼 인식되고 있다. 말로는 서민 복지를 외치나 힘든 서민의 고통과 눈물을 외면하며 사리에 맞지 않는 딴소리나 하는 ‘딴나라당’이 된 것 같다.

이제 한나라당은 오만을 버리고 겸손하게 몇 계단을 내려서야 한다. 등록금과 전셋값, 청년실업, 보육에 고통을 당하는 20∼40대에 다가서 눈높이를 맞추는 보수정당이 되어야 한다. 선거에 대패하고도 진정한 반성이 없는 무감각 당, 쇄신의지가 없는 무기력 당, 부자들을 대변하는 정당 등 온갖 부정적 수사를 벗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 한나라당이 사는 길은 건전한 사고의 진정한 보수 세력들이 헤쳐모이는 길밖에 없다. 서울 지역구 48개 중 7곳에서만 승리가 가능하다는 예측조사가 나왔다. 이래도 머뭇거릴 것인가 한나라당에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