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축은행 예금보장 편법으론 안된다

입력 2011-10-28 18:10

국민들의 눈과 귀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쏠린 틈을 타 국회 정무위원회가 5000만원 이상의 저축은행 예금 손실을 보상하는 ‘부실 저축은행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안(가칭)’을 소위에서 슬그머니 통과시켰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바로 다음날인 27일의 일이다. 특혜 시비 때문에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가 쉽진 않겠지만 이 안을 계속 추진하는 의원들의 행보가 궁색하다.

정무위는 피해보상금을 조성하기 위해 3년간 한시적으로 3000만원 한도로 비과세 혜택을 허용해 이자소득세 차익의 일부를 보상 재원으로 활용키로 했다. 이를 위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저축은행 분식회계로 잘못 납부된 법인세도 환급받고, 불법 경영진에 대한 벌금과 과징금·과태료 등도 회수해 보상금으로 활용키로 했다.

이 같은 정무위의 결정은 다른 금융회사 거래 고객과 비교해 과도한 특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현행법상 모든 은행 고객은 5000만원까지의 예금만 보장받도록 돼 있는데 이자도 시중은행 고객보다 많이 받는 저축은행 고객이 보장 한도도 높게 받는다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정부는 그동안 수차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표시해 왔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소득)이라는 경제원리에도 위반된다.

저축은행만 비과세 혜택을 허용하는 것에도 농협·수협·단위조합 등 다른 비과세 예금 금융회사가 예전부터 반발해 오고 있다. 이런 사정을 다 아는 정무위 소속 의원들이 줄기차게 이를 밀어붙이는 것은 내년 총선에 대비해 유권자들에게 뭔가 보여주려는 한건주의 발상의 전형으로밖에 볼 수 없다. 성사되건 말건 저축은행 피해자를 위해 뭔가 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을 과시하자는 것 아니겠는가.

힘들게 모은 목돈을 부도덕한 경영진 때문에 하루아침에 날려버린 부실 저축은행 예금 피해자들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또 이들을 위해 어떻게 하든 원금만은 되찾게 해주려는 의원들의 노력에도 수긍이 간다. 그렇지만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상식적인 방법을 택해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