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혁주의생명신학’ 세계화 가능한가… 장종현 목사-리처드 멀러 美 칼빈신학교 교수 대담
입력 2011-10-28 17:33
“은혜의 장 신학교-말씀에 충실한 교회, 상호보완 관계로”
백석학원 건학 35주년을 기념하는 국제학술대회가 28일 충남 천안 백석대에서 개막됐다. 개혁주의생명신학회와 한국복음주의신학회가 공동주최하는 학술대회는 ‘생명, 복음, 교회를 위해 성경으로 돌아가자’란 주제로 29일까지 이어진다. 개혁신학적 접근으로 교육과 목회의 중요성을 조명하는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교회사 구약 목회상담학 분야 등의 주제발표가 있고 9개 분과별 토론이 진행된다. 이번 대회를 주관하는 백석대의 설립자 장종현 목사와 주제 발표자인 세계적 석학 리처드 멀러 미국 칼빈신학교 교수의 대담을 통해 ‘한국신학’(개혁주의생명신학)의 세계화 가능성 등을 들어보았다.
-이번 학술대회의 의의는 어디에 있는가.
△장종현 목사=백석학원 건학 35주년의 슬로건은 ‘사람다운 사람’이다. ‘사람다운 사람’이란 하나님의 형상이 회복된 사람을 말한다. 사람다운 사람은 “사람 중의 사람이요, 하나님 형상의 본체”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의 새롭게 하심으로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엡 4:24) 사람이다. 하나님께서 지난 35년간 백석학원의 축복 배경에는 오직 하나님의 말씀에 의해서만 영적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교육이 가능하다는 확신이었다. 이번 학술대회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사람다운 사람’의 변화와 영적 생명의 본보기가 돼 소속 학교와 학회, 교파를 넘어 전 세계에 하나님의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개혁주의생명신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리처드 멀러 교수=개혁주의생명신학의 목적과 방향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신학이 신앙과 삶, 교리와 실천, 둘 모두의 길잡이가 되는 실천적인 분야라는 점은 더 오랜 개혁 전통, 그리고 종교개혁자들과 17세기 그 계승자들의 깊은 통찰의 하나였다. 이 통찰은 청교도들과 이른바 ‘제2의 종교개혁’이라 일컫는 네덜란드의 저자들 가운데서 뚜렷하게 볼 수 있다. 나는 이 통찰이 개혁주의생명신학회의 저널에서 이어지고 있음을 봤다. 바로 기독교 교리와 기독교인의 삶 사이의 결합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이런 접근은 교회의 생명에, 신학교의 교육에 매우 중요하다.
-‘올바른 신학하기’란 무엇인가.
△멀러 교수=나는 신학자이기보다는 역사학자다. 따라서 내 답은 다소 역사학자적인 입장이 될 것이다. 내 생각에는 ‘올바른 신학하기’는 오늘날 우리가 그 가운데서, 그리고 더불어 예배하는 교회가 오랜 내력을 가진 역사적 기관임을 인식한 채 교회 가운데서 그리고 교회를 위한 신학을 함을 의미한다. 오늘날 신학하기는 기독교 메시지를 새로운 상황을 위해 새로운 방식으로 진술하거나 새롭게 진술하는 것을 의미할 뿐 아니라 그 메시지의 핵심적인 의미를 언명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독교 메시지의 핵심적인 의미를 언명하는 것은 개개 신자들이나 개개 신학자들이 하루, 한 주, 혹은 일생을 성경을 읽고 연구한 후 자신들의 결론을 말하는 것에 의해 독자적으로 성취될 수 있는 무엇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뭐라고 해도 교회는 믿음의 공동체이기에 신학은 공동체를 향해 말해야 한다. 성경 자체의 말을 빌리자면, 신학은 ‘사사로운 해석’의 문제일 수 없다. 그렇다면 오늘날 신학은 교회의 신학함의 역사와 주의 깊은 대화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초대교회의 위대한 신조적 진술들은 신앙에 대한 우리의 현대적 진술에 여전히 중요한 경계표이다. 우리 개신교 신앙고백들은 우리 믿음의 정체성을 밝히는 기본적 척도의 역할을 한다. 마찬가지로 수세기 동안 주요한 신학자들, 심지어 2류 신학자들의 저작들에서 발견되는 기독교 교리에 접근함은 오늘 우리의 신학적 대화의 일부로 남아 있어야만 한다. 절대적 규범으로서가 아니라 현재를 위한 교리의 뼈대를 세우는 작업에 있어 상대들과 지지자들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른 의견을 낼 수도 있고 다른 체계를 제시할 수도 있지만 다만 주의 깊게 경청한 후에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신학과 신앙, 그리고 실천 측면에서 학교와 교회, 신학자와 목회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장 목사=한국의 신학교와 교회, 신학자와 목회자는 역사적으로 상호보완적 역할을 해 오지 못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셨지만”(요 1:14), 한국 신학교와 교회는 진리를 추구하는 신학과 은혜를 사모하는 신앙이 양면일체가 되기는커녕 라오디게아 교회처럼(계 3:14∼17) 차지도 뜨겁지도 않은 미지근한 신학과 신앙으로 변질, 전락해 세상이 오히려 교회를 염려하게 됐다.
신학자는 참다운 목회자라야 한다. 신학교는 기도원처럼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는 현장이 되어야 한다. 교회는 말씀의 본질에 충실해 하나님의 주권을 실현하는 체험 공동체가 돼야 한다. 신학자가 먼저 뜨거운 가슴의 은혜와 차가운 머리의 진리로서 성령충만을 받으면, 그 제자들인 신학도들도 변화될 것이다. 그러면 신학도들이 목양하는 성도들이 예수생명으로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그 성도들의 모임인 한국교회가 올바른 회개, 갱신, 부흥을 경험하는 등 선순환이 가능케 될 것이다.
-개혁주의생명신학을 통해 한국교회와 세계교계에 어떤 기여를 할 계획인가.
△장 목사=개혁주의생명신학은 누군가를 변화시키거나 변혁시키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바른 신앙을 가진 개인이 예수 그리스도와 성경말씀에 집중하게 되면 개인의 삶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된다. 이런 작은 시작이 개인이 속한 가정과 교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마중물 역할을 할 때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력으로 한국교회는 또다시 풍성해질 것이다. 신학자와 목회자들의 모임인 개혁주의생명신학회와 분과학회인 개혁주의생명신학 실천신학회가 신학교와 교회를 상호보완적으로 연결해 주는 교두보가 될 것이다. 목회 현장의 필요를 신학생들에게 교육시켜 목회를 돕는 사역전문가들을 양육, 파송, 재교육하는 토대를 마련할 것이다. 한국교회뿐 아니라 세계교회에 영향을 미치도록 정기학술대회, 국문과 영문저널 발행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이미 시작된 목회진단 프로그램, 교회개척 프로그램, 목회멘토링 프로그램(예배, 설교, 기도, 전도, 소그룹 등에 대한 클리닉) 등을 통해 목회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더욱 힘쓸 것이다.
정리=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