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지현] 50대 엄마로 살아가기
입력 2011-10-28 18:08
사람은 태어나서 ‘엄마’라는 말을 제일 먼저 배운다. 엄마라는 이름은 힘겨운 순간을 지탱해 주는 커다란 힘으로 작용한다. 여자는 자녀를 키우면서 엄마로 다시 태어난다. 아이를 출산하면 두뇌 기능은 물론 체력도 강해진다. ‘여자는 약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은 문학적인 수사가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섭리다.
자녀 양육과 가사일에 젊은 날을 다 보낸 엄마들에게 변화가 찾아오는 시기가 50대다. 이 시기는 자녀들이 어느 정도 성장해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원하는 곳을 여행할 만한 체력이 남아 있어 인생의 황금기다.
하지만 이 시대의 50대 엄마에겐 적용되지 않는 말이다. 요즘 50대 엄마는 ‘베이비부머의 아내’이자 ‘청년백수 세대의 엄마’다. 퇴직한 남편, 취업 못한 청년 자녀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엄마들은 생업전선에 나선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6월까지 50대 취업 여성은 사상 최대인 212만명을 기록해 20대 여성(192만명)을 앞질렀다. 경제활동인구 조사가 시작된 1963년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97년의 외환위기와 2008년의 세계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악화된 가계를 지탱할 수 없게 되자 생활전선에 뛰어든 것이 주된 이유다.
여자 나이 50은 자신을 돌아보는 ‘고갯마루’다. 이 시기 여성들은 갱년기를 겪으며 심리적 우울을 경험한다. 마음은 젊은데 몸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아 서글프다. 자칫 ‘황금기’가 ‘우울한 황혼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여성으로서의 당당함을 잃지 않고 진정한 자아를 성취하는 자신을 믿어줄 수 있다면 낙심할 필요는 없다. “50∼60세 사이의 어딘가에 우울증 세계로 빠져든다. 자신이 걸어온 길은 알지만 어디를 향해 걸어가는지는 알 수 없다. 오래된 지식을 새것으로 바꾸고 지금까지 몰랐던 감정과 마주해야 한다. ‘언젠가는 꼭 해야 하겠지’하고 선언했던 것을 실천할 때가 온 것이다.”(퍼트리샤 튜더산달의 ‘여자 나이 50’ 중에서)
튜더산달의 말처럼 자신의 현실을 있는 대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럴 때 몰랐던 자아를 재발견하고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 가족들도 50대 엄마가 처한 상황과 심경을 잘 이해하고 든든한 원군이 돼 줘야 한다.
이지현 차장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