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기득권’ ‘교회=反시민’ 인식 깰 계기 돼야… 재보선 민심 속 소외 이웃 위한 교회 역할
입력 2011-10-27 20:45
“지방자치는 정치권력 구조를 재구조화하려는 제도적 노력이다. 이것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를 강조하는 기독교 정신에 그대로 부합하는 것이다.” 이승동(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최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소식지에 기고한 글 일부다. 지방자치는 시민참여의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중앙정부의 권한을 축소하고 지방정부의 자율권을 늘리게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백미는 역시 선거에 있다. 이번 선거에서 시민들은 시민운동가 출신 박원순 후보를 서울시장으로 선택했다. 기존 정치인보다는 시민들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일 거란 기대 때문이다. 싫든 좋든 앞으로 시민단체의 활약은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그렇다면 ‘시민참여’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교회는 어디로 가야 할까.
우선 보수 성향이 강한 것으로 여겨지는 한국교회는 일부 시민단체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손동식(명지대 교목실장)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선거운동 기간 박 후보가 가톨릭 정진석 추기경을 찾고, 나경원 후보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방문한 사실을 언급하며 “적어도 일반인들에겐 ‘교회=기득권’ ‘교회=반(反)시민’이란 공식이 성립되고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열린 한국기독교학회 공동학술발표회에서 손운산(이화여대 교목실장) 교수도 “1990년대 이후 경제 성장에서 낙오되고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 사람들이 교회에서 경험한 것은 영적 갈망과 심리적 공허감을 채움받기보다는 목회자가 CEO처럼 비치고 교회 성장이 경제 성장과 다를 바 없게 보이는 서글픈 현실이었다”며 “여기에 좌절하고 분노한 교인들이 교회를 등졌고, 그것이 결국 교회와 교인의 수적 감소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청년실업 문제나 반월가 시위에서 보듯 소외된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시민단체 활동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사회 양극화로 인해 교회의 돌봄도 이제는 상담실에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찾아가는 상담을 하고, 개인이 아닌 소외된 계층에 초점을 맞추고, 상담료를 받기보다는 무료 자원봉사 상담 요원을 늘려야 한다”며 “이 같은 돌봄은 목회자나 전문가들만의 몫이 아니라 교회 전체가 돌봄의 공동체가 되어 실천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성돈 실천신대원(목회사회학) 교수는 “사회가 발전할수록 정치 영역도 시민사회가 내놓는 다양한 정책과 활동을 의지할 수밖에 없다”며 “시민단체 영역에 속한 교회가 시민단체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하나님 나라 실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 교수는 “요즘 교인들이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싶은 욕구가 많은 만큼 목회자들이 적극적으로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교회가 직접 시민단체를 만들거나 기존 시민단체에 교인들을 파송하는 방법 등을 제안했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