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살해범 처벌할 것”…리비아 NTC, 용의자 재판 회부키로

입력 2011-10-28 00:28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사망 직전 시민군에게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과도국가위원회(NTC)가 카다피 살해 용의자를 기소해 재판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압델 하피즈 고가 NTC 부위원장은 “우리는 전쟁포로 취급에 관한 윤리강령을 발령한 바 있고 (가혹행위 여부에 대해) 이미 조사를 시작했다”면서 “책임이 있는 이들은 누구든 법정에 서서 공정한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국제뉴스 전문 온라인 매체 ‘글로벌 포스트’는 이날 카다피가 사망 직전 시민군에게 가혹행위를 당했음을 보여주는 영상을 공개했다.

첫 부분에는 왼쪽 어깨 쪽에만 피가 묻은 비교적 깨끗한 모습의 카다피가 등장하지만 뒤이어 한 병사가 그의 양쪽 엉덩이 사이를 긴 물체로 찌르는 장면이 나왔다. 카다피는 주저앉은 채 고통스러워했고, 병사는 카다피에게 모래를 뿌렸다.

이후 카다피는 시민군 차량 위로 끌어올려졌다. 다음 장면에서 카다피는 상의가 벗겨진 채 포장도로로 보이는 지면으로 끌려다니고 있었으며, 한 병사가 카다피에게 발길질을 했다.

영국 BBC 역시 카다피가 성적(性的)인 공격을 받았음을 시사할 수 있는 휴대전화 영상이 입수됐다고 보도했다.

한편 카다피의 마지막 모습에 대한 추가 증언도 나왔다. 30년 동안 카다피의 개인 운전사였으며 그가 사망하기 직전 5일을 함께 보낸 후네이시 나스르(사진)는 26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시민군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그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모습은 30년간 그를 지켜보는 동안 처음이었다”고 회상했다.

몇 분 후 시민군이 환호성을 지르며 다가왔다. 나스르는 항복의 뜻으로 손을 들었고, 시민군이 휘두른 소총에 맞아 쓰러졌다. 카다피는 나스르가 넘어지기 직전 하수구에서 끌려나왔다. 시민군이 카다피 주변에 몰려 주먹질을 하는 걸 본 것이 마지막. 그는 공포에 질려 카다피를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나스르와 카다피는 마지막 5일 동안 시민군의 총격을 피해 시르테의 이곳저곳을 옮겨 다녔다. 카다피 사망 당시 입었던 핏자국이 튄 보라색 체크무늬 셔츠를 아직도 입고 있었다.

카다피와 같은 부족 출신인 나스르는 지난 3월 17일 카다피의 개인 운전사를 그만두고 시르테로 돌아갔다. 그가 고향으로 피신한 카다피를 다시 만난 것은 지난주 초쯤. 그를 다시 만났을 때 카다피 주변에는 고작 네 명뿐이었다. 그에게 충성을 맹세하던 부하들은 대부분 그의 곁을 떠난 후였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