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죽어도 여한이… 정원섭씨 재심통해 살인누명 39년만에 벗어
입력 2011-10-27 21:36
파출소장의 딸을 살해한 혐의로 15년간 복역한 목사가 39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대법원 1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27일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뒤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정원섭(77) 목사에 대한 재심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동안 간첩 조작사건 등의 재심에서 무죄 선고는 종종 있었으나 일반 형사사건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신학교를 나왔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만화가게를 운영하던 정 목사는 1972년 9월 강원도 춘천시 우두동에서 발생한 파출소장 딸(당시 9세) 강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당시 내무부 장관은 이를 전국 4대 강력사건으로 규정하고 시한 내 검거령을 내렸을 정도로 반향이 컸다.
정 목사는 87년 모범수로 가석방됐고 4년 뒤 목사 안수를 받았다. 그는 억울함을 풀기 위해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있었고 거짓 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99년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하지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7년 “수사기관이 사건을 조작했다”며 재심 권고를 했고 정 목사가 춘천지법에 두 번째 재심을 청구한 끝에 무죄가 확정됐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