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자의 희망찾기… 자살자 유가족 첫 거리나와 생명사랑 캠페인

입력 2011-10-27 19:14


사회의 따가운 눈초리에 숨죽어 살아야 했던 자살자 유가족이 거리로 나섰다.

한국생명의전화와 보건복지부는 27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자살자 유가족에 대한 사회 인식 개선 캠페인을 벌였다. 이 자리에는 자살자 유가족 출신 상담사 1호 박인순(57·여)씨를 비롯해 유가족 5명이 참여했다. 자살자 유가족이 직접 주도하는 거리 캠페인은 국내 처음이다. 이들은 자살자 유가족에 대한 오해와 진실, 세계보건기구(WHO)의 자살자 유가족 권리장전 등을 나눠주며 관심을 촉구했다.

2009년 8월 명문대에 다니던 외아들을 자살로 잃은 박씨는 “우울증을 앓던 아들의 아픔에 무신경했다는 자책감에 한동안 시달렸다”며 “생명의 전화에서 진행 중인 자살생존자(유가족) 자조모임을 통해 같은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과 만나면서 유가족이 나설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2009년 3개월 새 두 딸과 남편을 잇따라 먼저 보낸 장모(58)씨도 “아픔을 인정하고 함께 극복하려 할 때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생명의 전화에 따르면 현재 국내 자살자 유가족은 9만여명에 이른다. 나선영 사무국장은 “유가족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걸리기 쉬워 일반인보다 자살 확률이 6∼7배 높다”면서 사회적 배려와 관심을 호소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