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호 부실대출 무죄판결 파기… 대법 “업무상 배임 경영판단 주장은 억지”

입력 2011-10-27 19:13

대법원이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 상호저축은행의 역할을 엄격하게 판단해 부산저축은행그룹 박연호 회장 등 임원들의 부실대출에 대한 무죄 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 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27일 임직원 친척 명의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 213억여원을 불법 대출해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으로 기소된 박 회장 등 임원 5명에게 배임죄와 관련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서민과 중소기업의 금융편의를 도모하고 거래자를 보호해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상호저축은행법의 목적과 업무 범위에 비춰볼 때 피고인들의 행위는 부산저축은행의 설립 목적에 근본적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토지 매입 과정에서 매입가격의 적정성과 골프장 건설사업의 타당성 등에 대해 구체적 검토를 하지 않은 사실 등을 감안하면 경영상 판단의 면에서도 업무상 임무위배 및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 등은 2002년 12월부터 골프장 건설사업을 위해 타인 명의로 시행사를 설립한 후 213억여원의 불법대출을 해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김양 부회장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하는 등 임원 모두에게 유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골프장 사업은 경영상 판단으로 배임의 고의가 있다고 하기 어렵다”며 배임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3월 부산저축은행 관련 비리 수사가 본격화되기 이전 2008년 울산지검에서 기소했던 사건으로 정치권 등에서는 당시 사후처리만 제대로 이뤄졌어도 8조원대에 이르는 부산저축은행그룹 부실을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부산저축은행의 핵심 로비스트 박태규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정선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혐의를 일부 시인했다. 박씨는 김 부회장으로부터 감사원과 금융감독원 등의 검사를 무마하고 퇴출을 막아달라는 청탁을 받고 지난해 4∼10월 로비자금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박씨의 변호인은 “17억원을 받았다는 공소사실 중 13억원은 인정한다”면서 “나머지 4억원은 재판과정에서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추가기소 여부를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 “이르면 다음주 쯤 별도 기소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박씨에 대한 다음 공판은 다음달 15일 열리며, 김 부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김현길 우성규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