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3분기 실적 ‘어닝 쇼크’… 상장사 62%가 적자

입력 2011-10-27 18:47


세계 ‘경제 불황’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국내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사들 중 대부분(62%)이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국내 IT·반도체 업계도 지난 분기보다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등 별로 좋지 않은 성적표를 내놨다.

매각을 앞두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는 반도체 업황 부진이 계속되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하이닉스는 27일 3분기 매출액 2조2910억원, 영업손실 277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이닉스반도체가 적자를 본 것은 지난 2009년 2분기 이후 9분기만이다. 영업손실에는 D램 가격 급락에 따른 재고자산 평가손실 1320억원도 포함됐다. 매출액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전 분기보다는 17% 감소했다.

회사 측은 “유럽의 재정위기 확대 등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전반적인 정보통신(IT) 수요가 약세를 보였다”며 “계절적 성수기임에도 PC 수요가 저조해 D램값이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3분기 매출 4조648억원, 영업이익 5314억원, 당기순이익 3839억원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7.2%나 감소했으며, 당기순이익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4% 줄었다. 회사 측은 “SK플래닛 분할에 따른 일회성 비용 발생, 주파수 재할당과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 확대로 영업비용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스마트폰 가입자 증가에 따른 무선인터넷 활성화의 영향으로 전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 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한동안 부진을 거듭했던 LG유플러스는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날 올해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매출 2조3820억원, 영업이익 950억원, 당기순이익 56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각각 전 분기 대비 3.4%, 57.4%, 60.4% 늘어난 수치다. 가입자당 평균 매출액(ARPU)도 2만5934원으로, 전 분기 대비 1.9% 늘었다.

이러한 LG유플러스의 실적개선은 스마트폰 가입자의 증가에 힘입은 결과다. 또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LTE 성공 여부에 따라 향후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3분기 실적 악화는 IT·통신업계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6일까지 3분기 순이익을 발표한 상장사 79곳 가운데 49곳(62.0%)이 적자를 기록하거나 전 분기보다 순이익이 감소했다.

3분기에 순손실(마이너스 순이익)을 기록한 적자 기업은 7곳이었다. LG디스플레이(6875억원), 대한항공(5243억원), LG전자(4139억원)의 적자폭이 컸다.

42곳은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지만 순이익이 전 분기보다 줄어들었다. 포스코의 3분기 순이익은 2331억원을 기록, 전 분기(1조3720억원)보다 무려 83.0% 감소했다. 삼성테크윈은 순이익이 1308억원에서 414억원으로 68.3% 줄었다. CJ제일제당(순이익 감소율 62.7%), 하나금융지주(59.75%), 금호석유(50.08%), GS건설(42.04%) 등도 순이익이 전 분기보다 크게 감소했다.

앞으로 실적을 발표할 기업들의 성적도 신통치 않을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 컨센서스(평균 전망치)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1841억원, 한진해운은 344억원, 한진중공업은 334억원 적자를 볼 것으로 예측됐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