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박원순] 첫 일정은 수산시장… “책상머리 대신 경청하며 답 찾겠다”

입력 2011-10-27 18:38

박원순 서울시장이 27일 노량진수산시장을 방문한 뒤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 민원실을 방문하고 쪽방촌을 찾는 등 이전 시장들과 차별화된 ‘민생 챙기기’ 일정으로 시장으로서의 첫날을 소화했다. 이례적으로 시장당선증을 직접 받지 않고 측근이 대신 받아오도록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첫 일정은 택시로 수산시장 방문=박 시장은 오전 6시30분쯤 서울 방배동 자택에서 택시를 타고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았다. 그는 상인들과 만나 “책상머리에서 연구하는 것보다 경청을 통해 답을 찾겠다”면서 “처음부터 시민을 위한 시민의 시장, 삶을 바꾸는 시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상인들은 남색 점퍼에 빨간색 목도리를 두르고 시장을 찾은 박 시장의 이름을 연호하며 박수를 쳤다.

박 시장은 한 상점에서 꽃게 2만원어치를 산 뒤 “제가 마수(첫 손님)인가요. 오늘 저녁에는 다 같이 꽃게를 먹어야겠네”라며 농담을 붙이기도 했다.

이후 검은색 양복으로 갈아입은 박 시장은 후보 시절 사용하던 은색 승합차를 타고 국립서울현충원으로 향했다. 박 시장은 ‘서울특별시장 박원순’이라고 쓰인 화환을 현충탑에 걸었고, 분향 후 방명록에 ‘함께 가는 길’이라고 썼다. 취재진이 그 의미를 묻자 “여기 계셨던 분들의 길을 따라간다는 의미도 있고 서울시장은 서울시민 모두의 시장이니까요”라고 답했다.

당선되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출근하겠다고 공언했던 박 시장은 서울 지하철 4호선 동작역으로 이동해 지하철을 타고 시청으로 출근했다. 시청사 앞에서 그는 “시장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시민들을 만나는 게 뭐 특이한 일인가. 한 번 행사가 아니라 계속 이렇게 하겠다”고 했다.

◇집무실보다 민원실이 먼저=박 시장은 시청에 도착해서도 곧장 집무실로 가지 않고 종합민원실에 들러 시민, 시 직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후 시청 대회의실로 올라간 그는 도열한 4급 이상 직원 200여명에게 “아, 앉아계세요”라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유도했다.

박 시장은 시정현안 업무보고 자리에서 월동대책, 서민복지, 무상급식 등 민생 업무를 집중적으로 챙겼다. 이어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 당사를 예방한 뒤 영등포동 영등포쪽방상담소와 20여년간 노숙인들을 무료 진료해온 영등포 쪽방촌 인근 요셉의원을 찾는 등 민생 챙기기 일정을 실천했다.

박 시장은 선거운동 기간 쏟아졌던 각종 ‘협찬 공세’에 대해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원래 협찬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 제가 안철수 원장을 비롯해 야권, 그리고 온 세상의 협찬을 얻었지 않느냐”며 “마지막으로 언론의 협찬도 얻어 어려울 때 상의하고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관에 들어갈지에 대해선 “접견 같은 것을 하려면 필요하기도 할 텐데 아직 검토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