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선 후폭풍] 선거 바꾼 뉴미디어의 힘… 한나라 ‘SNS 잡기’ 부심

입력 2011-10-27 18:30

선거 다음날인 27일 오전 트위터에는 ‘박원순을 서울시장으로 만든 최고 공로자는 스티브 잡스’라는 글이 올라왔다. 잡스가 아이폰을 만들고 아이폰으로 시작된 스마트폰 시대가 트위터 열풍을 불러왔으며 트위터 열풍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물론 논리 비약이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트위터를 이번 선거의 키워드로 꼽는 데 승자나 패자나 이견이 없는 듯하다.

이번 선거 개표가 끝난 뒤 트위터 분석 기관인 ‘트윗믹스’는 “트위터가 특정한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판단과 결정을 바꾸진 못하겠지만 정치에 무관심했던 사람들, 투표에 무심했던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이끄는 데는 큰 역할을 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한나라당은 4·27 경기도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8·24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이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3연패를 기록했다. 그때마다 이들에게 패배를 안겨준 것은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 또는 투표 거부 행동이었으며 이들을 촉발한 것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였다.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 강정수 박사는 “최근 선거에서 SNS의 역할은 정말 결정적”이라고 단언적으로 설명했다.

평일에 치러져 별 관심조차 끌지 못하던 보궐선거였음에도 이들을 투표장으로 대거 유인한 것이 바로 SNS 매체라는 것이다.

강 박사는 “이들은 투표만 한 게 아니라 박원순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표를 던졌다”면서 “모든 정치학 교과서가 ‘비정치적’이란 꼬리표를 붙여왔던 ‘2030’ 젊은이들이 정치적으로 가장 돌변하게 된 것은 바로 트위터와 페이스북 덕분”이라고 말했다. 신문·방송 같은 기성 매체가 아닌 SNS라는 새로운 매체가 없었다면 이런 일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갈수록 더 분명해지는 ‘세대투표’ 양상도 SNS 때문이란 분석이다. 젊은층이 정치 메시지를 접하는 미디어가 SNS라면 50대 이상은 신문이나 방송에 의존한다. 미디어의 차이, 거기서 비롯된 메시지의 차이가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의견 차이를 만드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트윗믹스 보고서에 따르면 선거 전날인 25일에는 두 달 전인 8월 25일에 비해 1.5배나 많은 트윗이 생산됐다. 또 주요 후보 관련 트윗도 4·27 재보선보다 10·26 재보선에서 10배 가까이 폭증했다.

이처럼 SNS가 정치권 판도를 통째로 바꿔 놓자 한나라당은 SNS 여론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대선에서도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최고위원회의에서 SNS 명망가 영입,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이 논의될 정도다.

강 박사는 “이번 선거 기간에 나경원 후보 쪽은 고립된 섬에 갇혀 자기들끼리만 소통한 반면 박원순 후보의 메시지는 조국 공지영 이외수 등 네트워크 안에서 다리를 형성하며 무수한 대중들에게 전달됐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공화당 지지자들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강력하게 활동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네트워크 속에서 일상적으로 대화하면서 그들의 가치나 방향에 대해 계속 토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NS의 영향력이 커지는 데 무조건 규제 일변도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태도도 논란거리다.

강 박사는 “길을 막으면 또 다른 길을 뚫는 게 SNS 속성”이라며 “디지털 사회의 진화로 ‘아날로그 선거법’이 통하지 않는 부분이 생겨나고 있다. 선관위가 이에 대해 열린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