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선 후폭풍] 임태희 사의표명… 靑 젊은층 끌어안기 인적쇄신 신호탄?
입력 2011-10-27 21:58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대선에서 20대 유권자 41.6%, 30대 45.4%, 40대 50.1%의 지지를 얻었다. 50대와 60대가 각각 58.0, 59.1%로 더 높긴 했지만 세대별로 고르게 득표했다는 평가였다.
반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극명한 ‘세대 투표’였다. 출구조사에서 20대는 69.3%, 30대는 무려 75.8%, 40대마저 66.8%가 한나라당 대신 무소속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20∼40대가 4년 만에 철저히 등을 돌린 것이다.
이 대통령도 이를 인정했다. 27일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재보선 결과에 담긴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젊은세대의 뜻을 깊이 새기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도 “20∼30대에게 다가가 마음을 얻겠다”고 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측근 비리와 내곡동 사저 등 선거에 영향을 준 ‘청와대발 악재’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임 실장이 (사저 논란이 일 때부터) 사퇴 의사를 여러 차례 얘기했다”며 “참모진 모두 언제든 책임질 준비와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
임 실장의 사의 표명은 세 번째다. 지난 1월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낙마할 때와 4·27 재보선 패배 이후에도 직간접적으로 사의를 밝혔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임 실장 교체를 결심할 경우 쇄신을 위한 청와대와 정부의 인적 개편이 시작될 수 있다.
청와대는 “젊은세대의 뜻을 새기겠다”는 이 대통령 발언의 후속조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 참모는 “대통령 말에는 반성과 함께 후속조치 메시지가 담겨 있다. 향후 국정 운영의 변화를 예고한 것”이라고 했다. 최금락 홍보수석은 “젊은세대는 경제적 어려움을 가장 직접 받고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걸 해나가는 게 그들의 뜻을 새기는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설명은 ‘젊은세대가 그토록 MB를 싫어하는 이유’를 꼽을 때 여론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얘기하는 대목과 일치한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20∼40대가 대선에서 이 대통령을 지지한 건 경제회복 기대감 때문인데 이후 20대는 등록금과 취업, 30대는 보육 결혼 부동산 문제로 상황이 더 나빠졌고 실망감이 고스란히 반(反)MB 정서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경제가 전부는 아니다. 파워 트위터리언인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20∼30대의 MB정권 평가를 그들의 말로 표현하면 한마디로 ‘후지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서 회자된 MBC ‘무한도전’ 사건을 예로 들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6일 소위원회를 열어 지난달 무한도전에서 방송된 차량 폭발 장면이 청소년에게 위해하다며 징계 여부를 논의했다.
탁 교수는 “차량 폭발 장면이 테러를 연상시킨다는 발상, ‘취했나봐’란 노랫말이 술과 관련됐다고 금지곡으로 판정하는 여성가족부, 김제동씨를 비롯한 연예인의 방송 하차 논란, G20 포스터에 쥐를 그렸다고 검찰이 수사하는 현실이 한때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20∼30대를 개혁·진보 세대로 바꿔놨다”고 말했다.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는 이 대통령을 조롱하는 내용으로 젊은층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이 방송에 출연 중인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은 “젊은이들이 MB정권 얘기를 할 때 ‘내가 꼭 건설사 종업원 된 것 같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내곡동 사저, 반값 등록금 약속 등 모든 게 뭔가 꼼수를 품고 기획된 듯해서 국민을 대하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런 부정적 이미지가 형성된 첫 사건은 2008년 쇠고기 파동과 촛불시위였다. 윤 실장은 “촛불시위와 4대강 논란에서 굳어진 ‘권위적 일방통행’ 이미지가 40대마저 등을 돌리게 했다. 40대는 권위주의에 저항했던 386세대로 이제 연령상 보수화돼야 하지만 권위적 국정 운영이 이들의 보수화를 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