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선 후폭풍] 이기고도 마음 안 편한 민주당… 2012년 총선 ‘호남당’ 전락 우려

입력 2011-10-27 21:40


10·26 재·보궐선거 후폭풍이 민주당에 몰아치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범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당선됐지만 정작 민주당 후보들이 나선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호남을 제외한 서울 강원 충청 부산 등에서 모두 낙선했기 때문이다. 자칫 내년 총선에서 ‘호남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재보선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많은 곳에서 패배한 데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당원과 국민에 대한 송구스러움을 면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이어 “민주당 스스로 더욱더 변화와 자기혁신의 길을 갈 것이고 이를 통해 야권 통합을 이뤄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현 지도부가 중심이 돼 야권 대통합을 적극 추진하면서 위기상황을 돌파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당내 반응은 냉랭했다. 원외 정치인 모임인 ‘새정치모임’은 이날 회동을 갖고 “민주당은 간판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며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즉각 통합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야권 대통합 시기와 방식 등을 둘러싼 이견이 만만치 않아 향후 극심한 갈등이 예상된다. 당내에서 부상하고 있는 대통합 방안은 민주당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이끄는 ‘혁신과 통합’과 연말 또는 내년 연초에 통합전당대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손 대표 측과 당내 486·재야·친노그룹으로 구성된 진보개혁모임 등은 이러한 방안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대통합을 위해서는 상당한 기득권 포기도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내년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오는 12월 14일부터 시작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다음달 중순까지는 대통합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하기 때문에 시간도 촉박한 상황이다.

그러나 호남을 중심으로 한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다. 당 간판을 내릴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시간에 쫓긴 무리한 통합이나 과도한 양보는 불가하며, 민주당이 통합의 주도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선의 김부겸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야권 통합작업이 우리 내부의 문제를 덮거나 뒤로 미루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며 “선(先) 당내혁신, 후(後) 야권통합이 옳다”고 주장했다.

비주류 측에서는 주류의 대통합론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물갈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