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외면당한 기성 정치… ‘돈·조직·인물’ 3박자 맞추기 촉박

입력 2011-10-27 21:45

10·26 재·보궐 선거에서 기성 정치권이 혹독한 심판을 받으면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나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같은 제3의 정치세력이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면 이들이 과연 정치세력화에 성공하고, 대권까지 거머쥘 수 있는 수권(受權) 정당이 될 수 있을까.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단 회의적 시각이 많다. 정당이라는 게 사람, 자금, 조직을 움직이기 위한 시스템과 비전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내년 4월 총선 또는 12월 대선 전에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정당인 출신의 여론조사 전문가인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27일 “총선까지 5개월 남았는데 그때까지 강령과 정강정책을 만들어내고 전국 단위 조직을 꾸리며, 당과 후보를 유권자들에게 알려 실제 선거에서 당선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17대 대선에서 한 후보가 쓸 수있는 합법적 정치자금만 460억원이었고, 최소 360여개 정도의 선거연락소가 필요했다”며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 케이스처럼 자기 돈 쓰는 방법도 있지만 정당의 자금이나 인력, 노하우가 뒷받침되지 않고선 결국 실패한다”고 지적했다. 호남 출신 민주당 당직자도 “지방 중소도시나 영호남 시골에선 안철수 안(安)자도 모르고, 정당 조직 없이는 장년층 이상은 투표에 나서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제3세력을 구성할 인사들의 정치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관측도 있다. 박 시장 캠프에 파견됐던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시민단체 출신들은 네거티브 대응법이나 홍보 전략도 몰랐고, 시시각각 변하는 선거상황 적응 능력도 매우 형편없었다”며 “그 사람들도 기존 정당 없이 혼자선 아무것도 안 된다는 걸 절감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새로운 정당체 필요성도 제기된다. 요즘 여론조사를 해보면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파가 20∼50%나 돼 기존 정당으로는 이런 정치적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제3세력이 당장 대권을 쟁취하기는 어렵지만 유망 인사들로 몇몇 지역구에서 당선돼 ‘유의미한’ 정치적 목소리를 내며 규모를 키워나갈 가능성도 다분하다는 분석이다. 기존 정당과의 합종연횡으로 대권을 쟁취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은 블로그에서 “재보선 결과는 이젠 혼자서는 안 되고 안 원장과 민주당, 시민사회가 다 뭉쳐야 된다는 걸 보여줬다”고 했다.

제3의 정치세력화에 대해 일단 당사자들은 말을 아끼는 눈치다. 안 원장은 서울대 행정관을 찾았다가 기자들이 제3정당 창당 가능성을 묻자 “학교 일도 벅차다”고 즉답을 피했고, 박 시장도 국회에서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만나 “일부에서 제3정당을 말하는데 한 번도 말한 적 없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손병호 최승욱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