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성장률 3.4% 그쳐… 21개월만에 최저 수준
입력 2011-10-28 00:22
올해 4%대 성장이 사실상 물건너갔다. 선진국 재정위기에 따른 경기 위축이 가시화하면서 투자와 내수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수출 둔화 폭이 더욱 커지면서 3%대 중반 성장이 예고되고 있어 저성장이 장기화할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반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대로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당국이 경제 운용을 짜임새 있게 하지 못할 경우 한국경제가 내년에 ‘저성장-고물가’의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4% 성장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는 전분기와 동일한 수치로 2009년 3분기(1.0%) 이후 1년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지속했다.
한은 김영배 경제통계국장은 “3분기 성장률이 저조한 것은 집중호우 영향으로 농림어업 및 관광산업이 위축된 데다 유럽 발 금융위기와 고물가로 인해 설비투자와 민간소비가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설비투자는 전기 대비 0.4% 감소해 전분기(3.9%)보다 실적이 크게 악화됐고 민간소비도 전분기(0.9%)보다 둔화된 0.6%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한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4.3%)는 물론 4% 성장도 달성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4%를 넘으려면 산술적으로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4.9% 이상 GDP가 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올 들어 분기별로 성장률이 4.5%를 넘은 적은 없었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날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은 3.7%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3%대 성장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은 김중수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된 경총 포럼에서 “내년에 대외여건 악화로 수출증가세가 둔화하면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애초 전망치인 170억 달러보다 축소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내년 성장률을 3.7%로 전망했고,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은 3.6%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우리나라 성장률은 잠재성장률(물가상승 압력 없이 달성 가능한 최대의 성장률)을 2년 연속 밑돌게 돼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할 우려마저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 현재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을 4.3% 내외로 추산했다.
한편 한은의 ‘10월 소비자동향지수’에 따르면 향후 1년간의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연평균 4.2%를 나타냈다. 현대증권 이상재 경제분석팀 부장은 “고물가와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가 급격한 경기부양 움직임보다는 인플레 기대심리를 억제하는 안정적인 경제 운용을 펼치면서 성장의 토대를 닦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